[홍루몽] (608)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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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앙은 놀라는 기색도 없이 선반에 목을 매달고 있는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다른 때 같았으면 원앙이 비명을 지르며 기절을 해버렸을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목을 매달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 이해되면서 안쓰러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저 여자도 나만큼 슬프고 곤고했던 모양이구나.
목을 매달고 있는 여자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기도 했다.
어디서 보았더라. 원앙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아, 녕국부 가용 서방님의 아내였던 진씨 마님이 아닌가.
그런데 그 분은 병으로 일찍 저세상으로 간 몸인데 어떻게 이승으로
다시 돌아와 목을 맨 것일까.
저승에 가서도 못다 푼 원한이 있어서 그런 것인가.
원앙은 두번씩이나 죽음을 맞이한 진씨가 불쌍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러다가 다음 순간,왜 진씨가 이때 나타나 목을 매었는지 그 이유를
깨닫고는 원앙이 속으로 반색하는 한편,어깨가 무너지랴 한숨을 내쉬었다.
자결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 나에게 그 방법을 현시해 보여주었구나.
그러자 진씨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다.
원앙이 화장합을 열어 곱게 얼굴 화장을 하고는 허리띠를 풀어 발판
위에 올라가 조금 전에 진씨가 목을 매고 있던 선반에다 올무를 만들어
단단히 걸어 매었다.
올부에 목을 밀어넣은 원앙이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발판을 힘껏 두 발로
밀치었다.
공중에 매달린 원앙의 몸은 순식간에 싸늘한 시체로 변하고 말았다.
이렇게 대부인의 죽음과 원앙의 순사로 영국부가 어수선할 즈음,
하인들이 몰래 끌어들인 도적떼들이 값진 물건들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얼마 후, 희봉도 병이 심해져 대부인을 따라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가씨 가문의 실질적인 살림꾼이었던 희봉마저 없어지고 나니 가씨 가문은
이래저래 더욱 몰락의 길로 치달았다.
가정은 가씨 가문을 다시 살리는 길은 아들 보옥과 손자 가란이 과거
시험을 보아 급제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보옥과 가란을 불러
과거 시험을 준비해서 보도록 하였다.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와 보채와 함께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고 있는
보옥이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가란과 함께 과거 시험을
준비하였다.
과거 시험이 있는 날,보오과 가란은 옷을 깨끗이 갈아입고 집안
어른들에게 문안 인사를 드린 후 시험장으로 떠났다.
그런데 보옥의 인사말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제 가겠습니다.
과거에 급제하면 모든 것이 끝나겠지요"
무엇이 끝난다는 말인가.
보옥의 인사말을 옆에서 들은 보채는 일말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5일자).
다가갔다.
다른 때 같았으면 원앙이 비명을 지르며 기절을 해버렸을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목을 매달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 이해되면서 안쓰러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저 여자도 나만큼 슬프고 곤고했던 모양이구나.
목을 매달고 있는 여자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기도 했다.
어디서 보았더라. 원앙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아, 녕국부 가용 서방님의 아내였던 진씨 마님이 아닌가.
그런데 그 분은 병으로 일찍 저세상으로 간 몸인데 어떻게 이승으로
다시 돌아와 목을 맨 것일까.
저승에 가서도 못다 푼 원한이 있어서 그런 것인가.
원앙은 두번씩이나 죽음을 맞이한 진씨가 불쌍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러다가 다음 순간,왜 진씨가 이때 나타나 목을 매었는지 그 이유를
깨닫고는 원앙이 속으로 반색하는 한편,어깨가 무너지랴 한숨을 내쉬었다.
자결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 나에게 그 방법을 현시해 보여주었구나.
그러자 진씨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다.
원앙이 화장합을 열어 곱게 얼굴 화장을 하고는 허리띠를 풀어 발판
위에 올라가 조금 전에 진씨가 목을 매고 있던 선반에다 올무를 만들어
단단히 걸어 매었다.
올부에 목을 밀어넣은 원앙이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발판을 힘껏 두 발로
밀치었다.
공중에 매달린 원앙의 몸은 순식간에 싸늘한 시체로 변하고 말았다.
이렇게 대부인의 죽음과 원앙의 순사로 영국부가 어수선할 즈음,
하인들이 몰래 끌어들인 도적떼들이 값진 물건들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얼마 후, 희봉도 병이 심해져 대부인을 따라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가씨 가문의 실질적인 살림꾼이었던 희봉마저 없어지고 나니 가씨 가문은
이래저래 더욱 몰락의 길로 치달았다.
가정은 가씨 가문을 다시 살리는 길은 아들 보옥과 손자 가란이 과거
시험을 보아 급제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보옥과 가란을 불러
과거 시험을 준비해서 보도록 하였다.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와 보채와 함께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고 있는
보옥이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가란과 함께 과거 시험을
준비하였다.
과거 시험이 있는 날,보오과 가란은 옷을 깨끗이 갈아입고 집안
어른들에게 문안 인사를 드린 후 시험장으로 떠났다.
그런데 보옥의 인사말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제 가겠습니다.
과거에 급제하면 모든 것이 끝나겠지요"
무엇이 끝난다는 말인가.
보옥의 인사말을 옆에서 들은 보채는 일말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