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황소의 싸움이 갑자기 중단됐다.

한국 제1의 펀치력을 뽐내며 매물을 토해내던 증권 투신 은행 등 야성미가
넘치던 곰들이 갑작스레 얌전을 떨고 있다.

통치권의 눈치와 황소로 등장한 연기금에 앞다퉈 미소를 띠우고 있다.

심지어 외국인마저 고분고분해졌다.

휴전이자 성의 표시다.

과거에도 그런 미소작전은 숱했다.

일반인의 신용만기 매물 이외에는 당분간 증시가 평온해질 모양이다.

그러나 휴전은 늘상 깨지기 위해 존재해왔다.

주가반등폭이 크거나 한달가량 시간이 흘러 휴전에 대한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지면 누군가가 총성을 울리곤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