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경주고속철 공청회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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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고도 경주에서 열린 "경부고속철도 새로운 경주 경유노선
선정을 위한 공청회"는 지방자치단체가 "실험실" 수준임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날 회의는 지난 4년간 끌어온 새 경주노선 선정을 위한 막판 의견
수렴 절차.
그러나 시종 일관 "난장판"을 연출하며 회의는 끝내 열리지 못했다.
뜻이 아무리 좋아도 절차를 애써 무시하는 행태는 정당하지 않다.
이날 "사건"을 주도한 그룹은 금뱃지를 단 울산시의회 의원들.
이들은 정부가 화천리노선을 이미 내정한뒤 공청회를 요식행위로
진행하려 하고 있다며 회의개막을 저지했다.
단상을 점거하고 "울산역"을 연호하며 참가한 50여명의 동조자들을
리드했다.
이들은 회의 주최자인 양수길 교통개발연구원장이 "공청회가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회의에서 충분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설득을 해봐도, 건설교통부
곽동근 서기관이 "정부방침이 결정된 건 없다"고 말해도 막무가내였다.
토론자로 참가했던 대학교수들이 설득을 해도 주최측과 다를바 없는
"한패"라고 서슴없이 단정했다.
서로 경쟁적으로 단상의 마이크를 잡고 똑같은 말을 되뇌이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몇번이나 회의 주최측의 설득으로 회의가 시작되는 듯
했으나 그때마다 무산됐다.
상식밖의 행동을 하기는 경주시의원도 마찬가지.
오후 5시께 경주시 의원 한명이 단상에 올라가 일순간 관계자들을 긴장
시켰는데 양측간 몸싸움으로 소동을 마감.
모든 문제를 상식으로 해결결하는 게 민주주의 정신이라고 할때 이들은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지방자치제 출범전 대부분 정책결정이 주민들의 뜻을 무시한 "일방통행"
식 이었다는 피해의식이 이런 행동을 부추겼을 거란 점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견을 모으는 공청회를 거부하고 삿대질과 고함을 무기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건 지역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이날 회의 장소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원조라는 신라 화백회의가
열렸던 육부촌이란 점을 생각하면 뒷맛이 더욱 씁쓸하다.
남궁덕 < 사회1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0일자).
선정을 위한 공청회"는 지방자치단체가 "실험실" 수준임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날 회의는 지난 4년간 끌어온 새 경주노선 선정을 위한 막판 의견
수렴 절차.
그러나 시종 일관 "난장판"을 연출하며 회의는 끝내 열리지 못했다.
뜻이 아무리 좋아도 절차를 애써 무시하는 행태는 정당하지 않다.
이날 "사건"을 주도한 그룹은 금뱃지를 단 울산시의회 의원들.
이들은 정부가 화천리노선을 이미 내정한뒤 공청회를 요식행위로
진행하려 하고 있다며 회의개막을 저지했다.
단상을 점거하고 "울산역"을 연호하며 참가한 50여명의 동조자들을
리드했다.
이들은 회의 주최자인 양수길 교통개발연구원장이 "공청회가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회의에서 충분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설득을 해봐도, 건설교통부
곽동근 서기관이 "정부방침이 결정된 건 없다"고 말해도 막무가내였다.
토론자로 참가했던 대학교수들이 설득을 해도 주최측과 다를바 없는
"한패"라고 서슴없이 단정했다.
서로 경쟁적으로 단상의 마이크를 잡고 똑같은 말을 되뇌이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몇번이나 회의 주최측의 설득으로 회의가 시작되는 듯
했으나 그때마다 무산됐다.
상식밖의 행동을 하기는 경주시의원도 마찬가지.
오후 5시께 경주시 의원 한명이 단상에 올라가 일순간 관계자들을 긴장
시켰는데 양측간 몸싸움으로 소동을 마감.
모든 문제를 상식으로 해결결하는 게 민주주의 정신이라고 할때 이들은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지방자치제 출범전 대부분 정책결정이 주민들의 뜻을 무시한 "일방통행"
식 이었다는 피해의식이 이런 행동을 부추겼을 거란 점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견을 모으는 공청회를 거부하고 삿대질과 고함을 무기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건 지역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이날 회의 장소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원조라는 신라 화백회의가
열렸던 육부촌이란 점을 생각하면 뒷맛이 더욱 씁쓸하다.
남궁덕 < 사회1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