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식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발만 들여 놓으면 장사는 저절로 되던 외식사업이 이제 성공을 장담할수
없는 최대 격전지로 바뀌고 있다.

문을 연지 얼마안돼 영업을 중단한 업체가 나오는가 하면 영업부진으로
끊임없이 매각설에 휩싸이고 있는 업체도 있다.

해외유명브랜드가 "보증수표"가 되던 시절도 이미 지났다.

유명브랜드의 경영노하우와 시스템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국내
외식시장에 발붙이기 어렵게 되었다.

몇년전만해도 국내 외식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던 것과
비교하면 변화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뽕밭(상전)이 갑자기 바다(벽해)로 바뀐 느낌이다.

불과 몇년사이에 수많은 기업들이 외식사업에 뛰어들었고 괜찮은
입지에는 경쟁점포들이 4~5개 이상 생겨난 걸 감안하면 이해될듯도 하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해말 문을 걸어 잠근 플래닛헐리우드에서부터
시작됐다.

개점 7개월만에 문을 닫은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스타들이 잔뜩 동원돼 시끌벅적하게 문을 열었지만
레스토랑운영에는 너무나 서툴렀다는 평이다.

국내 소비자들도 음식의 맛과 품질을 판단하는 데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스테이크전문점 판다로사를 운영하던 이가상사도 고객격감으로 심한
경영난을 겪다 최근 신동방그룹에 판다로사를 넘기기에 이르렀다.

피자인도 새로운 파트너를 찾다 신호그룹이 한 번 해보겠다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말 매각설이 나돌았던 P업체(피자)의 경우 두 회사가 각각
1,000억원과 850억원에 인수제의를 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팔리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밖에 D업체(패밀리레스토랑) S업체(패스트푸드) K업체(치킨) D업체
(아이스크림)등 세계적 브랜드도 M&A(기업인수합병)시장에서 얘기가 오가고
있다.

올들어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외식업체에도 불황의 여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코코스를 운영하는 미도파푸드시스템의 강호중과장은 "새로 외식시장에
뛰어든 대기업들이 대형매장에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하느라 초기투자비를
꽤나 들인게 사실"이라며 "최근 영업실적이 나빠지면서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외식시장에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같은 현상은 기본적으로
서울지역을 중심으로한 외식수요에 비해 공급이 더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패스트푸드 치킨 피자 패밀리레스토랑등 체인브랜드의 점포는 지난해말
900여개에서 올해말에는 1,500여개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외식성향과 기호에 대한 면밀한 연구없이 외국것
그대로 옮겨놓는데만 치중한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한 가지 아이템으로 외식사업을
운영해온 업체들이 다양한 컨셉트로 외식사업을 확대, 외식그룹화하고
있다.

음식에도 일정한 유행이 있고 소비자들의 수준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한 가지 아이템으로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코코스를 운영하는 미도파푸드시스템은 자체개발한 고급디너하우스
"프라임타임"과 캐주얼다이닝레스토랑으로 외식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TGI프라이데이즈를 운영하는 아시안스타도 이탈리안레스토랑
"이탈리아니스"를 도입, 내년부터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경식품은 기존 버거킹 데니스외에 최근 피자사업에도 진출,
"리틀시저스피자"를 운영하고 있다.

제일제당도 스카이락보다 더 고급레스토랑인 "VIPS"를 내년에 오픈할
예정이다.

또 기존 외식점과 같아서는 살아남을수 없다는 인식아래 어떻게든
"차별화", 고객들을 끌어들이려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마르쉐"다.

유럽풍 패밀리레스토랑, 푸드코트식 운영, 4,000가지에 이르는 메뉴등등.

말로만 들어도 호기심이 생겨날 정도다.

(주)이오가 운영하는 "토니로마스"는 바비큐립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이다.

이 요리에 관한한 어느 음식점과도 비교할수 없다고 토니로마스측은
강조한다.

내년에 들어설 "이탈리아니스" "우노"등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란
전문성을 갖고 있어 고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자못 기대된다.

우리나라 외식산업은 이제 본격적인 산업화 기업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도태되는 기업도 늘게 마련이다.

경영노하우 자본력 우수한 서비스인력등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장규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