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체제 출범과 정보통신의 획기적 발전으로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하나의 시장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경쟁력의 비교우위 요인이 종래의 부존자원이나 노동력 등의
생산비 격차에서 기술력과 정보력 중심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경제의 소프트화와 산업의 지식화가 급진전되어 지적 창작이 부가가치의
주요 원천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허를 비롯한 지적재산권은 이제 국가나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생존전략
이 되고 있고 이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전쟁을 발불케 할 정도다.

최근 미국의 과학전문기자 프레드 워쇼프스키는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이러한
지구촌의 숨막히는 두뇌싸움을 "특허전쟁"(The Patent Wars) 이라는 책자를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전문기자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치열한 특허전쟁 이면사를 파헤치고
있다.

33억달러가 넘는 1회용 기저귀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피엔지사와
킴벌리사의 35년에 걸친 특허전쟁, 기저귀의 흡수성을 증가시키고 두께를
줄이기 위한 두 회사간의 끊임없는 기술개발노력과 특허획득, 그리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고소와 맞고소의 법정투쟁은 처절할 정도다.

즉석카메라 생산업체인 폴라로이드는 자사에 필름을 공급하던 코닥사가
즉석카메라를 시장에 내놓자 시장진출 7일만에 코닥사를 제소한다.

10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폴라로이드는 9억달러의 손해배상금을 받아낸다.

하니웰사와 일본 미놀타사와의 자동초점카메라 분쟁, 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
와 삼성전자와의 D램 반도체칩 분쟁 등 기업의 사활을건 무혈전쟁의 양상이
드라마처럼 적나라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최근들어 생물공학
소프트웨어 인터넷 정보분야 등에서 새로운 분쟁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이들에 대한 법적보호문제가 당면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자 등 기존 산업제품이 소프트화 지식화돼 가고 지적재산권이
주요교역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오늘의 경제환경에서 살아남을수 있는 길은
오직 지적재산권으로 재무장하는 것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