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사랑해요" "여보 힘내세요"

직장일에 시달리고 감원바람에 어깨가 처진 이 시대의 아버지에게 힘을
주자는 목소리가 높다.

"매일 새벽에 나가서 한밤중에나 들어오시는 아버지를 뵐때마다
안쓰럽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하고... 아버지가 능력이 없어서 마음대로
해주지도 못하고 미안하다고 하실때는 오히려 제가 미안해져요..."

이같은 사연이 담긴 엽서를 보내는 "아빠사랑캠페인"이 열린 12일 명동
롯데백화점앞.

지나가는 학생과 시민들이 쑥스러운듯 멈칫대다가 저마다 자신의
마음속에 간직해온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풀어낸다.

"고개숙인 남자"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 분위기속에 새삼 가슴 깊은
곳에서 달아오르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못이겨서다.

가정과 직장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아버지들이 집에서는 한쪽으로
밀려나고 사회에서는 "경쟁력약화"의 주범으로 몰린 상황이 안쓰러워서다.

가정을 위해 힘겹게 일하는 남편을 생각하는 주부들.

추위에 곱은 고사리손을 호호 불어가며 깨알같은 글씨를 정성스레 쓰는
어린이.

이젠 부모손잡기보다 밖으로 나돌기를 더 좋아하는 청소년들도 정성들여
엽서를 써내려간다.

어쩌면 한달내내 아버지 얼굴을 보지못했을지도 모를 이들이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적어간다.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처럼 당신은 그렇게 내 삶의 태양이란걸.. 당신을
믿고 의지하는 한 여인이 당신곁에 함께 하고 있음을...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

"며칠전 아빠와 전화통화할때 아빠가 서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
흘리시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약한 마음은 이제 갖지마세요" (고향에 있는 아버지께 드리는 딸의 엽서)

사랑은 이렇게 느껴지는 법이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태평양생명 황선두 실장은 "사회적으로 힘들어하는
가장들에게 가족들이 힘과 용기를 주자는 뜻에서 4년동안 50만여통의
엽서를 배달해왔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행사에 참가한 이주희씨(24.회사원)는 "그동안 바쁘고 힘겹게 살아오신
사랑하는 우리 아빠에게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의 마음을 전할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있는 소설 "아버지"의 작가 김정현씨도 행사에
직접 참가해 시민들에게 싸인을 해주며 "가족들이 아버지와함께 호흡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사회 곳곳에서 불어닥치는 위기감에 더욱 움츠려드는 이 시대의 가장들.

이들에게 가족들이 정성껏 보내는 격려의 사연은 한겨울의 한파를
녹이고 다시 사회의 주춧돌로 당당히 어깨를 펴도록 만드는 장작불이 되고
있다.

"언제나 푸른 소나무처럼 소박하고 은은한 국화꽃처럼 포근한 고향처럼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힘과 용기가 되는 아버지. 세월이 당신의 건강을
빼앗아 가버리고 얼굴에 줄무늬를 그어놓았지만 저에게는 언제나 젊고
건강한 그 누구보다 멋있는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입니다.

20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시고 늦은 삶의 행복을 찾아 고향으로
가십니다.

그곳에는 행복이라는 열매가 가득차 있을 것 같아요.

가슴을 활짝펴고 힘있게 걸어보세요.

삶의 걸음걸음에 힘찬박수를 보냅니다" (명예퇴직후 고향으로 내려가는
아버지께 보내는 딸 이모씨의 엽서중에서)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