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내년 제조업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6.1% 줄어 지난 92년이후
4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 철강 조선 전기전자 기계 등 수출주도업종 대부분이 설비투자
감소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최대의 설비자금공급 금융기관인 산은이 매년 이맘때 내놓은 "설비투자
전망"은 국내 주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설비투자 계획을 폭넓게 조사,
이를 근거로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경제연구소 등 다른 경기예측 기관들의
전망보다 매우 현실감이 높은 자료다.

우리는 산은 전망이 나오기 전부터 내년 설비투자 전망이 밝지 못할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지만 올해 17.1%의 증가율을 보였던 제조업 설비투자가 내년
에는 6.1% 감소까지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설비투자가 이처럼 격감한다면 과연 정부가 예상하는 것처럼 6%대 성장인들
가능할지.

전기 가스 통신 등 비제조업 분야의 설비투자는 내년에도 증가세를 보여
전체 산업으로는 0.9%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기는 하지만 정말 걱정스럽기만
하다.

제조업 설비투자가 국민경제에서 어는 정도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더이상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고용과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경기회복국면에 그 물결을
다시 타기 위해서도 제조업 설비투자는 핵심이다.

바로 그런 측면에서 이번 산은 설비투자 전망은 내년 경제운용 방향을 제시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설비투자 의욕을 부추길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게 우리의 시각이다.

고용(성장) 물가 국제수지중 어는 하나도 좀더 희생해도 좋을 여력이 없는게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 국면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타개방향은 우선 제조업 설비투자 진작이다.

설비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금융 긴축 등 축소균형 지향적
시책은 금물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정말 걱정스러운 수준이지만, 설비확장 또는 그 합리화를
위한 자본재 수입을 제약하는 정책이나 설비금융 공급에 주름살을 줄 어떠한
발상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하강국면에 설비투자가 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의 안이한 현실인식에
우리는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

급격한 설비투자 감소전망이 나오게 된 것은 경기적인 요인에만 원인이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기업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던 정치.사회적인 사건들을
하나하나 반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설비투자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금융.세제상 유인책을 포함, 다각적인 대책이
긴요하다.

단순 설비능력 증대투자에만 치우쳐 있는 설비투자 지원시책을 시설개체 등
합리화 투자에까지 폭넓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완화 시책이 말에만 그치지 않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정치적인 계절"마다 왕왕 기업이 속죄양 구실을 해온 좋지 못한 선례가
이제 다시 되풀이되는 일도 없어져야 한다.

내년 경제운용의 최우선적인 방향은 기업설비투자를 되살리는 것, 곧 기업을
뛰게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