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 이봉구특파원 ]

일본이 지주회사를 부활시킬 것이 확실해져가고 있다.

빠르면 올해중에라도 지주회사부활을 위한 정부방침이 정식으로 결정되고
내년쯤엔 법제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주회사설립을 금지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이 남게 된다는
이야기다.

지주회사부활을 위한 일본내부여건은 이미 거의 성숙해진 상태다.

하시모토내각은 중요과제인 금융개혁 경제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이달중
지주회사 부활의 필요성을 밝힐 예정이다.

자민당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도 적극적인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야마사키 타쿠 자민당 정조회장은 "차기정기국회에서 법개정을 실현하고
싶다"는 의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자민당은 종전 연립3당시절부터도 지주회사부활에 찬성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사민당과 사키가케와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부활을 실현시키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난 중의원선거에서의 승리로 얻은 자신감과 경제계 등의 지지를
배경으로 이번에는 반드시 지주회사를 부활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연립체제는 아니지만 정책협력은 계속하고 있는 사민당과 사키가케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과제이긴 하지만 내년1월에 열리는 정기국회에 독점
금지법개정안을 제출하겠다는 태세다.

자민당이 이처럼 강력히 밀어붙일 수 있게 된 것은 경제력집중심화 등을
이유로 지주회사부활에 적극적인 반대입장을 견지해오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들어 부활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점도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네고로 야스치카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들어 "지주회사문제는 우선 해금해
놓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수정보완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지주회사부활의 최대걸림돌이 제거된 것이다.

행정개혁추진본부산하의 규제완화검토위원회가 지난3월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폐지를 건의했을때 일본정부가 "해금문제를 검토해 3년이내에 결론을
내겠다"고 후퇴했던 것도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발때문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방침을 바꾼 것은 산업구조의 전환 및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일정범위내에서 지주회사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러나 미쓰이 미쓰비시같은 재벌들이 옛날 형태로
완전히 돌아가는 데에는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심의회도 이달들어 금융지주회사의 해금건의를 포함한 보고서를
총리에게 제출했다.

금융개혁을 추진하는데는 금융지주회사산하에 업태별 자회사를 만드는
형태가 필수불가결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데다 파탄금융기관의
구제처리에도 지주회사가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통산성도 이달중 내놓을 경제구조심의안에서 기업의 다각화 및
사업부문에의 권한이양을 위해 지주회사의 조기해금을 다시 주장할 계획이다.

노동계가 우려해온 지주회사와 자회사노조사이의 노사문제에 대해서는
노동성이 조만간 연구회보고서로 해결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통산성은 일본정부내에서 가장 적극적인 지주회사부활허용 지지파다.

국제경쟁에 강한 조직형태인 지주회사제도를 살려 일본기업의 체질을
발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종래의 일기업 일업종이란 산업정책에서 벗어나 구미의 거대기업과 대항할
수 있는 복합기업형의 기업체질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통산성은 지주회사제도가 기업경영을 합리화시키는데 적합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통산성의 입장은 산업정책국장의 자문기관인 기업법제연구회가 2월말
내놓은 보고서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보고서요지 참조)

이 보고서는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돼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이 줄어든
사실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지주회사규제는 시대착오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주회사의 장점으로 분사화를 촉진시켜 본사기능을 슬림화할 수
있고 기업합병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단련을 비롯한 경제계는 일찍부터 경쟁력회복을 위해서는 지주회사부활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지주회사가 존재할 경우는 대기업그룹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아니라 각사업부문의 분사화에 의해 코스트삭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각부문에 적합한 고용형태 및 임금체제도 효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부활추진파들은 특히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지주회사를 인정하고 있는데
유독 일본만이 이를 규제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주회사부활움직임에 대해 내부거래가 강화된다며 우려를 표명해온 미국
정부도 최근에는 효율적인 단속체제가 갖춰지면 용인할 수 있다는 자세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일부 학자들사이에서는 경제력집중강화를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은 대단히 소수다.

말하자면 지주회사부활을 위한 거의 모든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게다가 10여년이상을 끌어온 NTT(일본전신전화) 분리분할문제도 우정성과
NTT측이 지주회사를 설립한다는 전제로 회사를 3분할한다는데 기본합의하고
있어 지주회사부활은 거역하기 힘든 대세가 돼가고 있는 인상이다.

지주회사부활이 실현되면 분사화와 기업합병의 열풍이 몰아치면서 일본
열도는 50년만의 경제대개혁무드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우 현재 같은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부서별로 회사가 분리돼
다른 임금을 적용받는 등 근로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