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이 심상치 않다.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실세금리인 회사채수익률은 뜀박질하는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6일의 종합주가지수는 699.89로 700선이 무너지면서 3년여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올들어서만도 20%이상 떨어진 것이다.

반면에 회사채수익률은 3년만기 은행보증채 기준으로 연 12.65%를 나타내
연중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실 요즘의 경제상황에서 주가상승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국제수지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경기침체로 상장회사들의 경영실적이
악화돼 순이익이 큰폭으로 줄어들고 있어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더구나 내년도 경제전망이 올해보다 더 어둡게 나타나고 있어 주가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주가가 오를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절대적인 주가수준은 실질가치에 비해 너무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 관계기관이나 외국투자가들의 분석이다.

더구나 3년여의 하락으로 주가는 떨어질대로 다 떨어진게 아니냐는
기대도 가져볼만한 시점이다.

증시를 안정시켜야 하는 이유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주식투자자들의 재산손실이 가져오는 사회적 불안외에도 기업의
자금조달창구가 막혀 경영위축을 가져오고 재무구조개선을 어렵게
하는 등의 부작용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올들어 지난 10월말까지 주식시장을 통한 기업자금조달은 4조1,516억원
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22.6%나 감소되었다.

반면 회사채발행은 23조8,925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35.1% 가
늘었다.

증시침체로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채권발행이 늘고
이 여파로 실세금리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기에 이른 것이다.

정부가 금리를 낮추겠다고 공언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기업들의
금융비용부담은 오히려 늘어가는 상황이다.

우리가 증시안정에 대한 절박감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경제위축을 더욱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주식투자는 전적으로 자기책임하에 이뤄져야 하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주식시장이 시장자체의 메커니즘보다는 장외 요인에 의해 출렁거리고
침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근의 주가속락은 기본적으로 경기불투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노동법개정을 둘러싼 노동계의 총파업움직임, 정부의
공기업민영화등 일관성없는 주식수급정책, 불필요한 시장개입 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불거지는 계좌추적이나 자금출처조사 등은 증시를
위축시키는 악재중의 악재다.

정부가 인위적인 증시부양책을 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증시기반을
무너뜨릴수 있는 이러한 악재를 만들어 내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주식시장의 안정은 정부에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관투자가들의 매도자제등 안정화노력도 있어야 하고 개인투자자들
역시 단기매매보다는 장기투자 자세를 갖추는 것도 시장안정의 지름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