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현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대한 국회 비준이 완료되어 우리나라는
올해말께 OECD 회원국이 될 전망이다.

이제는 OECD 회원국으로서 국내 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선진국들은 한국을 OECD에 가입시킴으로써 얻게 되는 득실을 이미 면밀히
계산한 상태이다.

그리고 국내 시장,그 중에서도 자동차 시장을 완전 개방하기 위해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OECD에 가입하게 되면 수입선 다변화 제도와 같이 국내에 존재하는
차별적인 국제거래 제도를 모두 철폐해야 한다.

그런 경우 지금까지 국내에 일본 자동차수입을 사실상 금지해온 규제
제도가 조기에 철폐되는 셈이다.

이는 외제를 선호하는 소비자 특성과 맞물려 국내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일본차의 파급효과가 예상보다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일 간에는 미묘한 민족감정 문제가 있어 일본 자동차가 국내에
진출하기 위해 대규모 판촉과 광고를 시행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일본차가 수입되는 초기 단계의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는
일본 자동차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메이커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과연 효과적으로 국내시장을 지킬 수 있을까.

가장 효과적인 대응 전략은 평범한 진리 속에 있다.

남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자사만의 독특한 경쟁 우위 요소를
확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만족 강화나 AS망 확장 등은 기업에 중요하며 당연히
해야 하는 필수 사항들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다른 기업들과 차별적인 경쟁 우위를 갖는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경쟁 우위의 기본 방향은 다른 메이커로의 전환 비용을 높이는
것이다.

즉 고객이 메이커를 전환하는데 많은 비용과 부담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차량 구입및 수리등 해당 고객에 대한 모든 정보를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 고객은 차량의 수리나 신규 매입시 매우 편리하게
된다.

그런 경우 고객은 다른 메이커로 차를 바꾸기가 상당히 어렵게 된다.

이렇게 전환 비용이 높은 경우 고객은 굳이 메이커를 바꾸기 보다 해당
기업과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게 된다.

이를 위해 메이커는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한다.

고객이 메이커를 전환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만큼 개별 고객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의 핵심은 고객에 대한 정보 축적이다.

메이커가 차량구매및 수리 판촉 반응 등 자신의 정보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고객들이 알게 해야 한다.

또한 고객정보를 토대로 자신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이것을 실현하는 주요 방법이 데이터베이스(DB)마케팅이다.

DB마케팅의 핵심은 기존 고객이 기업과 접촉할 때마다 발생하는 정보를
DB화하는 것이다.

개인 DB를 활용하게 되면 고객들은 차량을 수리할 때나 중고차 판매,
신규 구입시에 매번 명세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며 보다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DB 마케팅의 활성화는 광고에 의존하던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다.

왜냐하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대중 광고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광고라는 무차별 공습으로는 고객 하나의 마음도 바꾸기 힘들다.

이제는 개별 고객 하나하나에 정밀 조준된 판촉 방법을 써야 한다.

향후에는 기업 이미지 광고 등 중요한 것을 제외한 상당 부분의 대중
광고를 줄여야 할 것이다.

동시에 광고 예산의 상당 부분을 DB 마케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DB 마케팅은 단기간에 실현되는 것이 아니며 쉽게 모방할 수도 없다.

또한 고객이 쉽게 이탈하지 못하도록 전환 장벽을 높게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DB마케팅은 향후 기업이 차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데
필수적인 사항이다.

다행히도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DB 마케팅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기반 환경은 어느 정도 조성돼 있다.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고객들에 관한 방대한 정보를 오랫동안 수집해
왔다.

이러한 고객 정보가 DB 마케팅의 핵심이 된다.

하지만 고객 정보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보의 양이 많다
하더라도 질적인 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그외에 DB 마케팅의 실현을 위해서는 기업 전산화, 통합 DB의 구축,
그리고 전략적 정보의 활용 등 산적한 문제가 있다.

하지만 최고경영층을 포함한 임직원들이 고객정보가 경쟁우위의 핵심
요소라는 확고한 마인드만 있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전략이다.

이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인식 전환이 요구되는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