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립박물관이 건립되고 있는데 전시할 유물이 너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재를 털어 모은 유물을 내놓게 됐습니다"

내년 8월말 준공을 앞두고 있는 서울시립박물관의 첫 유물 기증자가 된
성신여대 미술대 교수 겸 박물관장 허영환씨(60).

국내 유일의 서울시 고지도 수집전문가인 허교수는 지난 15년간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조선 및 일제시대.광복이후의 서울시 지도를 찾아내
사들였다.

몇천만원을 호가하는 지도는 돈이 없어 몇차례 분할해서 갚기도 했다.

이제 인사동이나 골동품 파는 곳에서는 허교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골동품을 팔러다니는 장사꾼들조차 고지도가 입수되면 바로 허교수를
찾을 정도로 유명하다.

허교수가 내논 유물은 고지도 40점과 고문서 1점, 지도류 60점, 도서류
102점 등 총 203점으로 싯가 2억원 상당에 해당한다.

유물중에는 서울이 그려진 조선시대 지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중의
하나인 조선팔도고금총람도 (1673년), 서울과 그 주변지역을 거시적으로
그린 한양도 (1764년), 보기 드물게 지도상에 제작연도가 표시된 것으로
현재 6점밖에 남지 않은 사산금표도 (1765년) 등 귀중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서울시립박물관 개관 준비위원이기도 한 허교수는 "개인 소장 유물을
기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개인 한 사람의 기증으로 서울시민,
나아가 만인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더욱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