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말로만 떠들 것인가.

"규제완화"에 대한 논의는 날이면 날마다 제기돼왔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도 하루가 멀다하고 실행을 약속했다.

민간기업은 물론 학계등 경제전문가들도 규제완화만이 경제활력을 되찾는
지름길이라고 외쳐왔다.

본란 역시 기회있을때마다 완화수준이 아닌 규제철폐를 정부에 촉구한바
있다.

그럼에도 그 성과는 미흡하기 짝이없다.

지엽말단적인 절차나 서류간소화수준에 그치고 본질적인 문제에는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극심한 부처이기주의, 규제혜택을 누리는 기득권층의 반발, 책임지지
않으려는 관료들의 안이한 태도등이 그 원인이라고 본다.

또 일부 규제완화가 이뤄진 부문에서도 일선집행기관에서는 과거의
관행에 집착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도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요인중의 하나라는 판단이다.

정부의 각종 규제가 기업의 창의와 능률을 저해하고 개방화시대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린다거나 부정부패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등의
원론적인 문제제기는 더이상 의미가 없다.

정부가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기때문이다.

지난 2일 전경련은 규제완화가 시급한 100대 핵심과제를 보고서 형식으로
발표했다.

금융, 해외투자및 통상, 인력, 경쟁촉진및 공정거래, 토지등 5개부문으로
나눠 현행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등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8개월간에 걸쳐 작성된 이 보고서는 각국의 제도 비교등
기초조사와 병행해서 기업들에 대한 설문조사와 관련업계간담회, 전문
가자문회의등 여러단계의 여과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그만큼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판단할 문제이긴 하지만 이번 전경련의 100대과제는 대부분
세계화 개방화 시대에 대비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꼭 실천돼야 할
과제들이라고 본다.

이중에서도 경제사회환경의 변화로 현실과 맞지않는 것, 국제적인 룰에
부합되지 않는것 등이 우선적으로 정비돼야 할것이다.

금융자율성을 회복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토지생산성을
높이고 경쟁을 저해하는 진입제한을 철폐하는 것등은 한시도 늦출수 없는
과제들이다.

규제철폐는 어디까지나 경제의 효율성제고라는 측면에서 과감히
이뤄져야 한다.

정치논리보다는 경제논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얘기다.

특혜를 주었다고 오해를 받기가 싫다거나 재벌에 대한 국민감정을
생각해서 주저하는 식의 정치적 판단은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쨌든 규제완화에 대한 논란이나 토론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규제완화가 왜 부진한가를 냉철하게 반성해보고 이번 전경련이 제시한
100대과제를 포함해서 그동안 제시된 현실적 대안을 토대로 정부가
우선순위를 가려 실행에 옮기는 일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다시한번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