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을 하지 않겠습니다"

무반품 조건으로 제조업체에 물건값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유통업체가
늘어나고있다.

슈퍼마켓 편의점등 유통업체들이 무반품을 조건으로 제품구입가를 낮추고
있다.

이렇게 싸게 구입한 제품으로 가격할인경쟁을 벌이고있다.

반품은 유통업체가 취급부주의 또는 유통기한초과 등으로 고객에게
팔수없는 제품이 생길 경우 제조업체에 해당제품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매장에서 생긴 반품손실을 제조업체가 떠안았던 것이 관행이었다.

제조업체들은 이때문에 상품가격에 반품비용으로 공장도가격의 2~10%
정도를 포함시켰다.

따라서 반품을 없애면 유통업체에 공급되는 가격은 그만큼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유통업체가 부담해야하는 위험(리스크)은 반대로 커지게
마련이다.

재고가 발생하거나 제품파손이 생기더라도 유통업체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업체가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부담을 떠안는 대신 싸게
물건을 구입하기 위한 것입니다"

E마트 윤한형매입총괄담당은 무반품이 유행하고 있는 배경을 이같이
설명한다.

국내에서의 무반품은 할인점에서 시작됐다.

지난93년말 개점한 신세계백화점 E마트가 "제조업체에 반품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구매가격을 그만큼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거래를 원하는 제조업체들이 대부분 이에 호응했다.

반품을 없애는 것이 제조업체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졌기 때문.

무반품 추세는 급속 확산됐다.

대량구매, 다양한 제품조달과 함께 무반품이 할인점의 커다란 무기로
등장한 것이다.

94년말 오픈한 회원제창고형매장 프라이스클럽도 같은 전략을 택했다.

무반품과 박스단위판매로 국내유통업계에 "가격파괴"를 주도했다.

그랜드마트 메가마켓등 할인점들도 무반품 조건으로 판매가격을
인하하는 전략을 잇따라 택했다.

무반품이 할인점업계의 새로운 구매패턴으로 완전히 자리잡게된 것이다.

할인점의 등장으로 불기시작한 "가격파괴"불똥이 슈퍼마켓등으로 번졌다.

가격경쟁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도저히 할인점과 경쟁할수 없었다.

슈퍼마켓들도 무반품을 내걸기 시작했다.

LG유통은 지난94년 "무반품 대량계약구매제도"를 도입, 시범운영차원에서
8개품목을 무반품으로 구매했다.

95년을 "무반품구매제도 정착의 해"로 정하고 상품팀내에 전담팀을
구성했다.

이회사는 올해들어 40여개 품목을 무반품 조건으로 사들이고있다.

한화유통은 지난해 소주 맥주등 40여개 품목을 무반품조건으로
구입했다.

올해들어서는 100여개로 늘렸다.

그결과 무반품조건 제품의 매출액은 지난해 월7억여원에서 올해에는
월15억원으로 두배이상 늘었다.

해태유통의 경우 어묵 쌀떡 맛살등 일부 제품을 무반품조건으로 매입,
"원가붕괴상품"등으로 내놓고있다.

해태는 내년상반기중 일배식품 무반품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편의점의 경우도 무반품이 확산되기는 마찬가지이다.

훼미리마트는 빵 도시락류 프라이어 유제품 시럽음료등에 대해 무반품
제도를 도입했다.

LG25 로손등도 패스트푸드 위주로 무반품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이같은 무반품조건 구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매장의 반품발생요인이
없어져야 한다.

LG유통의 유지현슈퍼마켓 담당상무는 "수요를 예측한 제품발주와 효율적인
매장관리로 반품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가격인하효과가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가격인하를 목적으로 도입한 무반품제도가 유통업체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현승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