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아가씨는 이번에는 보옥의 두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나 같은 여자 맛도 한번 봐보라구요.

여자 맛이 다 같은 게 아니잖아요.

청문이 맛이랑 내 맛이 어떻게 다른가 보라니까요.

그게 남자들이 바람을 피우는 이유 아니에요?"

"청문이 맛이라니요?

아주머니, 말조심 하세요.

난 청문이를 안은 적이 없단 말이에요"

보옥이 다리를 버둥거려 등불 아가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며
언성을 높였다.

"호호호, 삼척동자도 다아는 사실을 두고 거짓말을 하면 어떡해요?

청문이랑 도련님이 자지않았으면 왜 청문이가 쫓겨나서 백정 오라버니
집에 와 있겠어요?

그리고 도련님이 집안 사람들 몰래 청문이를 만나보러 여기로 온 사실이야
말로 도련님이 청문이를 안았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등불 아가씨가 기어이 보옥을 넘어뜨려 그 위에 올라탔다.

등불 아가씨의 큼직한 둔부가 보옥의 배를 눌렀다.

보옥은 숨이 차 헐떡거리며 등불 아가씨를 밀어내려 하였다.

그러나 등불 아가씨는 두 손으로 보옥의 두 손을 잡아 끌어 자기 사타구니
쪽으로 가져갔다.

보옥의 손가락 끝에 등불 아가씨의 도톰한 옥문의 감촉이 느껴졌다.

"이러시면 안돼요.

남편있는 아낙이 이러다간 큰일나요"

보옥이 두 손을 등불 아가씨의 손에서 억지로 빼내어 그녀의 두 다리를
위로 젖혀 빠져나오려 하였다.

등불 아가씨는 더욱 뻗대며 보옥의 목을 두 손으로 누르기까지 하였다.

"남편이 제 구실을 해야 말이지.

그런 남편만 믿고 있다가는 내 몸이 시래기처럼 삭아서 말라비틀어지고
말지.

인생 재미보는 것도 한때인데 말이야, 그 좋은 시절 지나가면 얼마나
억울하겠어.

그래서 도련님같은 젊은 사내랑 이렇게 살이라도 대보려고 하는 거지.

이런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등불 아가씨는 짐짓 울먹이는 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크크크, 이 목 좀 놓아요.

숨이 막혀요.

아주머니 남편에게 들키면 난 도살장의 소처럼 칼로 난도질당할 거란
말이에요"

"그렇지 않아.그 염병할 작자는 말이야, 자기가 그거 하는게 안되니까
내가 다른 남자랑 붙어먹는 거 구경하는 걸 은근히 좋아한단 말이야.

변태도 보통 변태가 아니지"

보옥이 더이상 듣고 있다가는 구역질이 날것같아 온힘을 다하여 등불
아가씨를 밀어버리고는 벌떡 일어났다.

"아주머니, 청문이 병 간호나 좀 잘해줘요.

지금 몹시 아프니까요"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