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오승윤씨(56)의 작품전이 20일~12월3일 서울인사동 선화랑
(734-0458)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84년 개인전 후 광주 지산동 화실에서 창작에만 전념하던 오씨는
12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번 전시회에서 그동안 구사해오던 누드나
풍경 등 정통화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화풍을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품작은 "풍수" 연작 30여점.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며 살아온 우리민족 특유의 사상을 풍수에서 찾아
회화적 해석을 시도한 그는 색채면에서 흑 백 청 황 적 등 전통 오방색을
사용했다.

여기에 기존의 원근법에 의한 구상회화세계와는 전혀 다른 구상과 추상이
어우러진 새로운 공간을 창출했다.

하늘과 구름, 산과 들, 강과 호수, 나무와 물고기 오리 등 자연속의
다양한 존재들이 같은 크기로 하나의 화폭에 담겨 있어 평화로움을 느끼게
하는 화면들은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진한 향수를 의미하는 것.

동화속의 한장면처럼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은 세파에 찌든
사람들로 하여금 따사로운 정감을 갖도록 한다.

이전작품과 전혀 다른 작품세계를 펼치는만큼 원점에서 출발한다는 각오로
작업해왔다고 밝힌 그는 "전통에 대한 회귀라는 명제아래 사실화에서 추상적
풍수화로 변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 오지호화백의 둘째아들인 그는 국전 문공부장관상을 수상했고 국전
초대작가와 전남대교수를 지냈다.

95 몬테카를로 국제현대미술전에서 특별상을 수상, 세계무대에서도
각광받기 시작한 그는 이를 계기로 유럽의 유명미술관들로부터 작품구입
제의를 받아놓고 있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