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대학 1학년 K군.

숨을 돌린후 컴퓨터를 켠다.

PC의 전원버튼을 누르자마자 TV처럼 바로 초기 화면이 뜬다.

경제학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자바언어를 이용한 문서작성기를 실행
시키자 학교의 호스트 컴퓨터에 있는 워드프로세서가 화면에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덕분에 이제는 하드디스크에 대용량의 각종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수시로
새로나온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졌다.

마이크에 대고 천천히 "시장경제 이론"을 설명하니 컴퓨터에 자동으로
문자가 입력된다.

마지막으로 할일은 나지막한 음성으로 "전송후 종료"라고 얘기하는 것.

새로운 운영체계에서 내장한 음성인식 기능덕분에 간단한 명령과 문자
입력은 키보드나 마우스가 아닌 목소리로 할수 있다.

이는 96 추계 컴덱스가 예언하는 2년후 정보 황금시대의 모습이다.

이번 컴덱스에서는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차세대 컴퓨팅 환경의 선점을
위해 치열한 기술전쟁을 펼치는 가운데 쓰기 쉬운 컴퓨팅 환경 구현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컴덱스에서 본격 선보인 NC는 인터넷을 이용한 새로운 컴퓨팅 환경의
도래를 예언하고 있다.

NC는 기존 PC의 기능을 단순화하고 네트워크기능을 강화시킨 초염가형
컴퓨터.

마이크로프로세서와 기본 메모리및 모뎀등 기본적인 하드웨어만을 갖추고
인터넷등 통신망을 통해 서버에 연결, 소프트웨어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실행시킨다.

이에따라 사용자는 각자의 PC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에대해 "모든 컴퓨터의 길은 윈텔로 통한다"며 컴퓨터 업계의 황제로
군림해온 윈텔은 NC진영에 대응해 지난 4월 쓰기 쉬운 단순한 PC를 표방한
"SIPC"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이번 컴덱스에는 "네트PC"라는 새로운 컴퓨터
개념을 들고 나왔다.

이번에 선보인 네트PC플랫폼은 기존 PC의 기능을 채용하는 한편 네트워크
접속기능을 강화한 것으로 NC와 달리 100MHz급 이상의 펜티엄 프로세서와
윈도운영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쉬운 컴퓨팅 환경의 실현이라는 컴퓨터 업계의 목표는 PC운영체계의 개발
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PC운영체계 시장은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에 대항, IBM과 애플이
각각 멀린과 코플랜드라는 무기로 대항하는 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운영체계 삼국지" 구도도 결국 쉬운 컴퓨팅 실현에 한발 다가서기
위한 노력들이다.

IBM이 컴덱스에 내놓은 OS/2 4.0(코드명 멀린) 정식버전은 뛰어난
멀티태스킹, 화려해진 그래픽환경, 음성지원기능등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95의 차기버전인 "액티브 데스크톱"에서 인터넷과
운영체계를 통합시킨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시한 윈도NT 4.0은 막강한 32비트 네트워크
기능과 윈도 95의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결합해 주목받고 있다.

한편 운영체계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더욱 강력한
하드웨어를 요구하게 됐다.

소프트웨어의 격변기인 96년을 넘기면서 하드웨어 분야의 가장 큰 이슈는
200MHz급 고속 프로세서의 대결이다.

PC하드웨어분야의 맹주인 인텔은 프로세서 내부에 멀티미디어와 통신기능을
집약한 새로운 멀티미디어 확장기술 "MMX"를 내놓고 PC 하드웨어 평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윈텔에 밀려 PC시장에서 만년 2위에 머물렀던 애플 IBM 모토로라등 "AIM"
연합이 윈텔 진영에 내미는 도전장도 이번 컴덱스의 볼거리.

AIM연합은 이번 컴덱스를 통해 하드웨어 종류에 관계없이 다양한 운용체계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있는 업계 공동규격(CHRP)에 따른 시제품을 내놓았다.

한편 지난해 2년반이라는 신제품 발표주기를 1년이나 앞당겨 펜티엄 후속
프로세서인 펜티엄프로를 개발한 인텔에 기가 꺾인 AMD와 사이릭스도 이번
컴덱스에서 펜티엄프로 호환칩을 내놓고 권토중래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