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에 걸친 외유끝에 일시 귀국한 박태준 전 포철회장의 거취문제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박 전회장이 정치권에 복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본인도
이를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민정당 대표위원과 민자당의 최고위원을 역임한 무게에다 정치적
으로 민감한 지역중의 하나인 대구.경북의 미묘한 정서를 감안할때 "돌아온
TJ"는 차기 대권구도에 무시못할 잠재변수가 될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
에 정치권의 시선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박 전회장의 북아현동 자택에서 열린 8일의 고희연에는 "가족들끼리
치르는 행사"라는 측근들의 설명과는 달리 김종필 총재를 비롯한 자민련
관계자들에다 여권 관계자들도 다수 참석, 주목되고 있다.

당장의 관심사는 내주 중반께 다시 일본으로 갔다가 내달 3일 포항공대
명예동창회장 추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뒤 주로 국내에 머물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박 전회장이 정치에 다시 뛰어들지 여부이다.

박 전회장은 지난 7일 운경상 수상식에서 "본인의 인생 자체라고 할수 있는
포항제철과의 관계마저 철저히 단절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면서 "국가
경제의 회생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며 경제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심경을 간접적으로 밝혔는데 여권과의 사전교감하에서 나온 발언인지
여부에 대한 추측이 분분하다.

어쨌든 박 전회장이 국내에 체류하게 되면 신한국당, 특히 민정계의 행보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주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

민정계 대표주자의 한 사람인 김윤환 고문이 차기대선과 관련, "내년초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운을 떼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때 민정계로서는 대권
구도가 짜여지는 과정에서 "TJ카드"를 "원군"으로 활용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돌아온 TJ"가 경제인으로 재출발할지 아니면 더나아가 정치권과 관련을
맺게 될지 여부가 연말 정가를 또 한차례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 문희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