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67)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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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동이 끈질기게 우이저를 물고 늘어져 괴롭히자, 안 그래도 그 동안
희봉의 교묘한 계략으로 심장과 폐가 상한 우이저는 시름시름 앓아 눕게
되었다.
몸이 점점 쇠약해져 물 한모금 밥 한숟갈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러 눈앞에 헛것이 보이기도 하였다.
어느 날 대낮에는 원앙검으로 자기 목을 찔러 자결한 동생 우삼저가
방안에 우뚝 서 있기도 하였다.
우삼저는 목에서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원앙검을 우이저에게 들이
밀었다.
"언니, 지금 심정 내가 잘 알아요.
언니도 나처럼 자살하고만 싶죠? 언니의 형편을 굽어보니 이 집안에서
살려고 바둥거려봤자 결과는 뻔할뻔 자예요.
두 요녀 등살에 언니처럼 마음도 몸도 약한 여자는 도저히 버티어
나갈 수가 없어요.
특히 정실 부인입네 하며 언니를 다독이는 척하는 그 희봉인지 봉저인지
하는 년이 못된년이에요.
언니를 이런 지경으로 만든 것이 다 그년 계략이라구요.
그년의 혀는 뱀처럼 두 갈래로 갈라져 있어요.
한쪽으로는 꿀송이같이 달콤한 말을 흘리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쓰디쓴
저주를 흘리고 있어요.
언니, 이 원앙검을 줄 테니 이 칼로 그년을 찔러 죽이고 언니도
자결해버려요.
언니는 지금 희봉 년보다는 추동 년을 더 죽이고 싶겠지만, 추동을
부추겨서 언니를 못 살게 하는 것도 다 희봉 년이 그러는 거예요.
언니 혼자만 이렇게 앓다가 죽으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 있어요?
이 원앙검을 받고 내 말대로 복수를 하란 말이예요"
그러면서 우삼저가 스르르 다가와 아직도 피가 묻어 있는 원앙검을
내밀었다.
그 피빛 칼날이 너무도 섬뜩하여 우이저는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씨, 아씨, 왜 이러세요?"
시녀들이 몰려와 우이저를 흔들었다.
그러자 방안에 있던 우삼저의 환영이 물러갔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헛것을 본 모양이야. 아무래도 내가 오래
살 것 같지 않아. 콜록콜록"
우이저가 또 기침을 심하게 하며 피를 토하였다.
그 이후로 우이저는 희봉이 병문안을 와서 아무리 위로의 말을 늘어
놓아도 등골에 소름만 끼칠 뿐 이전처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없었다.
희봉의 손짓 눈짓 하나하나가 다 우이저 자기를 죽이려는 음모처럼
여겨지기만 했다.
우이저의 병이 심해지자 가련은 종종 우이저에게로 와서 병세를 살피며
의원을 불러 약을 지어먹게 하였다.
그런데 약을 지어먹은 것이 잘못되었는지 우이저에게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7일자).
희봉의 교묘한 계략으로 심장과 폐가 상한 우이저는 시름시름 앓아 눕게
되었다.
몸이 점점 쇠약해져 물 한모금 밥 한숟갈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러 눈앞에 헛것이 보이기도 하였다.
어느 날 대낮에는 원앙검으로 자기 목을 찔러 자결한 동생 우삼저가
방안에 우뚝 서 있기도 하였다.
우삼저는 목에서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원앙검을 우이저에게 들이
밀었다.
"언니, 지금 심정 내가 잘 알아요.
언니도 나처럼 자살하고만 싶죠? 언니의 형편을 굽어보니 이 집안에서
살려고 바둥거려봤자 결과는 뻔할뻔 자예요.
두 요녀 등살에 언니처럼 마음도 몸도 약한 여자는 도저히 버티어
나갈 수가 없어요.
특히 정실 부인입네 하며 언니를 다독이는 척하는 그 희봉인지 봉저인지
하는 년이 못된년이에요.
언니를 이런 지경으로 만든 것이 다 그년 계략이라구요.
그년의 혀는 뱀처럼 두 갈래로 갈라져 있어요.
한쪽으로는 꿀송이같이 달콤한 말을 흘리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쓰디쓴
저주를 흘리고 있어요.
언니, 이 원앙검을 줄 테니 이 칼로 그년을 찔러 죽이고 언니도
자결해버려요.
언니는 지금 희봉 년보다는 추동 년을 더 죽이고 싶겠지만, 추동을
부추겨서 언니를 못 살게 하는 것도 다 희봉 년이 그러는 거예요.
언니 혼자만 이렇게 앓다가 죽으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 있어요?
이 원앙검을 받고 내 말대로 복수를 하란 말이예요"
그러면서 우삼저가 스르르 다가와 아직도 피가 묻어 있는 원앙검을
내밀었다.
그 피빛 칼날이 너무도 섬뜩하여 우이저는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씨, 아씨, 왜 이러세요?"
시녀들이 몰려와 우이저를 흔들었다.
그러자 방안에 있던 우삼저의 환영이 물러갔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헛것을 본 모양이야. 아무래도 내가 오래
살 것 같지 않아. 콜록콜록"
우이저가 또 기침을 심하게 하며 피를 토하였다.
그 이후로 우이저는 희봉이 병문안을 와서 아무리 위로의 말을 늘어
놓아도 등골에 소름만 끼칠 뿐 이전처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없었다.
희봉의 손짓 눈짓 하나하나가 다 우이저 자기를 죽이려는 음모처럼
여겨지기만 했다.
우이저의 병이 심해지자 가련은 종종 우이저에게로 와서 병세를 살피며
의원을 불러 약을 지어먹게 하였다.
그런데 약을 지어먹은 것이 잘못되었는지 우이저에게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