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고" 조용한 사무실에 기쁨의 함성이 울려퍼진다.

사냥감에 화살이 적중했다.

주위의 사냥꾼들이 몰려와 쓰러진 짐승을 구경한다.

주인공 오영란씨(26)는 흐릿한 사냥감의 발자취를 언제 어떻게 보았는지,
어느 길로 쫓아가 활시위를 당겼는지 자랑스레 설명해준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보센터의 정보검색사 오영란씨는 고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여신 아르테미스와 같은 직업을 갖고 있다.

"헌터".

아르테미스는 "토마호크"미사일 처럼 한번 조준한 사냥감을 끝까지
쫓아가 맞히는 백발백중 화살을 가진 "미녀사냥꾼"이다.

그러나 오영란씨의 사냥감은 들짐승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살아 돌아다니는
"정보"들이다.

그녀는 헌터 중에서도 "인터넷 헌터"다.

지난달에는 인터넷 정보사냥대회에 출전해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의뢰자들의 입맛에 딱맞는 정보를 찾아냈을 때의 기쁨은 뭐라 말할 수
없습니다.

의뢰자가 그 정보를 이용해서 훌륭한 논문을 써낸 걸 받아볼 때는 정말
살 맛 나는 거죠"

삼성경제연구소 정보센터에는 서너명의 사서들이 지키는 여느 도서관과
달리 전문 정보검색사 6명이 일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200여 연구인력과 전국의 400여 대학교수들을 위한
자료 검색이 이들의 주임무.

전세계 각종 데이터베이스와 CD롬 등을 비치해 "오픈"된 정보라면
미 보스턴이나 뉴욕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의 95% 이상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연구원과 정보검색사와의 관계는 골프선수와 캐디의 관계와 같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원하는 골프채(책 또는 정보)를 날라주고 집어주는 것이 아니라
바람의 방향이나 잔디의 라이를 읽어 필요한 골프채를 권해줘야 하는 거죠"

의뢰자의 전공분야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지식이 없으면 훌륭한 검색가는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부산대 도서관학과를 나와 대학원과정까지 마치고 잠깐 외국인회사에서
근무했던 그녀가 높은 보수를 마다하고 정보검색사의 길을 택한 것은 지난
6월.

전공을 살릴 수 있는것외에 영어와 일어에 정통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먼 훗날의 꿈은 프리랜서로 뛰는 거예요.

개인 정보검색사 사무실을 차리는 거죠"

정보는 돈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는 아가씨다.

< 김주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