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인 A사의 영업부장 김성우씨는 금요일만 되면 마음이 분주해
진다.

"놀 걱정, 접대 걱정" 때문.

회사에서 올초부터 실시하고 있는 토요휴무제가 즐거운 고민을 갖게
한다.

일요일보다 부킹이 쉬운 토요일은 접대골프를 치는 날로 정했다.

일요일엔 가족과 함께 더불어 지내는 날로 쇼핑을 하거나 등산으로
시간을 보낸다.

토요휴무제의 확산되면서 이처럼 주말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예전처럼 집에서 뒹구는 샐러리맨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틀이나 쉬는데 하루쯤은 봉사해 달라는 가족들의 주말 기대지수가
높아져서다.

이런 여파로 요즘 일요일이면 백화점이나 대형음식점 주변은 가족 나들이
인파로 북새통이다.

휴일에 시내가 한산하다는 것은 옛말이 됐다.

외식이나 쇼핑하러 나온 가족들때문에 시내는 일요일이 더 복잡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백화점세일까지 겹치면 도심은 그야말로 마비상태다.

샐러리맨을 가장으로 둔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주말 연휴는 잃어버린
아빠와 남편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시간인 셈이다.

주말의 생활패턴 자체가 변하면서 부부간의 정도 두터워지는 것도 큰
변화로 꼽힌다.

골프장에선 주말을 이용해 함께 골프치는 잉꼬파 부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자녀가 등교한 토요일 오전시간에는 전화기를 내려놓기까지 하며
부부간의 정을 돈독히 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정열파부부도 많다.

또 고속도로 사정이 비교적 좋은 토요일을 이용해 시골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뵙는 효도파도 늘고 있다.

사실 토요휴무제가 실시된 뒤 집에서 체면을 세울 수 있게된 가장이
많다.

한 중견회사에 다니는 최형석부장(41)은 지난주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로부터 모처럼 "좋은 아빠"라는 소리를 들었다.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토요일에 연 "아버지와의 날" 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한 것.

"회사에서 올초부터 토요휴무를 실시한 덕에 6년동안 못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됐고 딸이 너무 좋아해 그동안 참석 못한 것이 더 미안해지더군요"
(최부장).

이뿐 아니다.

활동적인 젊은층에게는 금요일 저녁은 일주일중 가장 바쁜 시간이다.

금요일날 퇴근하면서부터 시작되는 주말을 즐기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이는 것.

사적인 모임도 대개 금요일 저녁을 이용한다.

술한잔을 하더라도 마음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 2박3일간의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기차역이 붐비고 금요일에
단체여행용 봉고차가 모자라는 현상도 토요휴무제 확산후 달라진 모습이다.

< 김정아.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