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강국면이 갈수록 완연해지고 있다.

"연착륙"의 수준을 넘어서는 심각한 위축양상을 보이고 있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는 여전히 호황시절을 구가해 전체적인 모습이
일그러지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이 수출감소와 이로인한 국제수지적자 증가다.

수출증가율은 지난 7월이후 이달까지 3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의 경상수지 적자폭은 1백70억9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80억8천만달러보다 1백11.5% 증가했다.

엔화 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및 수출단가 하락에 의한 채산성 악화,
세계교역량 둔화등으로 수출이 언제부터 증가세로 돌아설지 속단할수 없는
형편이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전체 경상수지 적자액은 2백억달러를
쉽사리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발전의 견인차인 수출이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실에서 전반적인 산업활동이 좋을 수가 없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지난 9월및 3.4분기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 출하
투자 재고 투자등 모든 부문이 한결같이 "빨간불"을 켜고 있다.

9월중 생산증가율과 출하증가율은 전월보다 각각 1.1%포인트와 1.0%포인트
낮아졌다.

상반기 20.9%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던 재고는 지난달에도 20.4%가 늘었다.

지난 92년11월이후 최고수준이다.

단순한 재고조정과정으로 보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투자의욕도 식을수 밖에 없다.

기계류수입액증가율은 8월중 25.9% 증가에서 지난달에는 6.6% 감소로
반전하는등 국내기계수주증가율 국내건출수주액증가율등의 투자지표가
일제히 하강곡선을 그렸다.

문제는 지금이 아니다.

내년사정도 좋지않다는데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올성장률이 6.8%로 낮아지는데 이어 내년엔 6.5%로 더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체질적으로 낙관론을 펴기 마련인 한국개발연구원의 전망이 이렇고 보면
민간연구소들의 진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성장률을 5%대까지 보는 곳도 있을 정도다.

여기에다 물가상승률도 올해 못지 않으리라는게 한결같은 분석이다.

저성장 고물가로 특징지어지는 스테그플레이션 국면에 실업문제까지
겹친다면 내년상황은 실로 참담해진다.

경제계에서 이것저것 내노라는 주문을 늘상 "앓는 소리"라고 치부해 왔지만
30일 발표된 산업활동동향의 지표들은 분명히 "중증"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가급적이면약을 먹지않고 증상이 호전되면 좋겠지만 어차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서둘러야 한다는게 경제계의 지적이다.

기업의욕이 살아날수 있게 해야 한다는 요구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