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을 따라 뇌물이 오가는 부패한 나라일수록 국민경제가 더 엉망이
된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검증한 보고서가 나왔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지는 22일자 경제서베이 특집기사를 통해 개도국들이
경제발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패척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독일의 괴팅겐대와 베를린에 있는 비영리조사기관인
트랜스페어런시인터내셔널이 공동조사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전세계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뽑아 비즈니스중에 느낀
주요 53개국의 부패상황을 물어본후 나라별 부패정도를 10점만점(가장
깨끗한 국가)에서 0점(가장 부패한 국가)까지로 지수화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잘사는 나라일수록 높은 지수를 받은데 비해
후진개도국일수록 부패가 심해 0점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국은 부패지수가 5.02로 53개국중 27번째로 깨끗한 나라(거꾸로
따져 28번째로 부패한 나라)인 것으로 밝혀졌다.

부패가 없는 순위로 따져 20위안에 랭크된 국가들의 94년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예외없이 1만달러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20위권 나라중에서 13개국은 소득수준이 2만달러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국민소득이 많은 나라일수록 사회가 투명한 점이 증명됐다.

53개국 가운데 뉴질랜드가 9.43의 점수를 얻어 가장 부패가 없는 국가로
기록됐다.

뉴질랜드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순위는 22위로 조사대상국중에서 중간수준
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10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어 주목을 끌었다.

뉴질랜드정부가 지난 80년대 중반께부터 정부규제완화를 과감하고 꾸준하게
추진함으로써 이같은 결과를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뉴질랜드 다음으로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등 북유럽 3국이 9점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아 정부와 사회의 투명성을 자랑했다.

아시아권 국가가운데서는 싱가포르가 8.80의 점수를 받아 가장 부패가 없는
나라로 꼽혔다.

일본의 경우 소득랭킹은 2위인데도 불구하고 깨끗한 나라 순위에서는
17위로 겨우 20위권에 포함되는등 선진국 가운데 부패정도가 상대적으로
심한 나라로 비쳐졌다.

미국은 15위에 랭크돼 일본보다는 그런대로 깨끗한 국가로 분류됐다.

서구기업들의 합작사업이 급팽창하고 있는 중국은 2.43의 점수를 얻는데
그쳐 53개국중 5번째로 부패냄새가 역겨운 국가로 인식됐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지는 부패가 심할수록 국가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낭비되어 경제후진성을 가속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부패가 경제발전의 윤활유역할을 해왔다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으나 국민소득 1만달러이상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부패는 반드시
척결해야될 과제라고 못박았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