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사회복지사업재단(이사장 정주영)은 "현대사회와 성윤리"를
주제로 한 제8회 사회윤리심포지엄을 22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연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정주영이사장의 개회인사에 이어 기조연설과
주제강연, 분과별 주제발표와 토의가 이뤄진다.

분과별 주제는 "가족해체와 성윤리" "청소년의 성과 성윤리"
"성의 상품화와 성문제" "성규범과 법적통제" "성의식의 변화와 성차별"
등이다.

이만갑 서울대명예교수의 기조연설을 간추려 싣는다.

< 정리 = 오춘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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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와 성윤리 >>

서구의 근대화는 수백년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서서히 이뤄졌다.

한국의 경우 근대화의 기점을 어느 시기로 잡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공업화가 시작된 시기로 잡는다면 금세기후반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는 공업화과정에서 강력한 통제를 정당화시키는 이데올로기를
고취시키는데만 골몰하고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근대적 시민으로
지녀야할 정신적 소양과 자질을 키우도록 하는 일은 등한시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한국인의 근대적 시민의식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성장, 지금의 문민정부를 탄생하게 했다.

그러나 성에 대한 윤리의식은 정립되지 않아 성행동은 상당히
문란해지고 성 관련범죄 또한 급증하고 있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건전한 성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한다.

성윤리는 인간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규범이다.

그러나 성윤리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윤리체계와 연결되지 않으면
바로 정립될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강조돼야 할 첫번째 윤리적 원리는 자신의
인격만큼 상대방의 인격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자기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세번째는 사랑과 혜택은
서로 똑같이 주고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가지는 근대시민사회에서 뿐만아니라 앞으로도 인간관계에서
계속 준수돼야 할 기본 요건이다.

성윤리 확립에서 고려돼야 할 또한가지 사항은 젊은세대의 성의식이다.

기성세대는 오늘의 젊은이들이 건전한 성의식을 갖지 못한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걱정이 편견에 근거한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조사에 따르면 젊은세대의 대부분이 결혼전 성관계를 가졌고
강간충동을 느꼈지만 결혼상대자와의 관계는 "인간대 인간"이어야 한다고
대답하고 있다.

물론 젊은층의 행동에 지나친 데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기성세대는 편견에서 벗어나 감정적 반응을 삼가하면서 사태를 바로잡는
노력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도자의 역할이다.

근대국가는 국민협동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국민협동체의 중심
세력은 중산층이다.

자주적이고 자립적이며 그때 그때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생산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이 계층이다.

그러나 이들은 전문가의 의견과 자기들의 힘을 결집시켜 주는 이념,
그리고 행동할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 요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지도자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자질에 비해 지도층의 자질이 너무 부족하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윤리적풍토가 새롭게 확립되느냐 못되느냐 하는
것은 그들이 자기들의 시대적 사명을 얼마나 바르게 인식하고 자기탈피를
꾀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