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진실, 샤론 스톤과 사랑에 빠지고 최민수나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총싸움하며 짐 캐리와 함께 박장대소한다"

영화계 마케팅담당자들은 흥행결과에 따라 하루에도 몇번씩 희비
쌍곡선을 그리며 산다.

상영중인 영화에 관객이 많이 들면 날아갈 듯 하다가도 극장에서
파리를 날리는 날이면 (다행히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그야말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게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세계적인 스타들과 쉼없이 만나고, 그 과정을
업무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 모임의 이름은 "영마협" (영화마케팅협의회).

한달에 한번 모임을 갖고 영화광고나 홍보업무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며
3년여를 함께 해왔다.

주요 멤버로는 미국직배사 워너브러더스의 한순호 부장, 20세기폭스의
이철승 부장, 콜롬비아트라이스타의 주종휘 실장, UIP의 이수범 부장,
월트디즈니의 김희진 부장과 국내영화사 동아수출공사의 소병무 차장,
(주)대우영화사업부의 김순호 과장, 삼성영상사업단의 김윤수 과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만날 때마다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그런 날은 으레 화려한 뒤풀이행사도
뒤따른다.

때로는 주말을 이용해 회의장소를 필드로 옮긴다.

저마다 "대박" (흥행 대성공)을 장담하듯 기량을 겨루는데, 전원이
100타 진입에 막 성공한 정도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영화흥행과 라운딩 결과가 반비례하는 기현상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

영마협 회원들은 각사별로 시사회가 있을 때마다 서로를 초청해 작품을
감상하고 마케팅전략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

이때 가장 환영받는 영화사는 단연 월트디즈니다.

애니메이션제작사답게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영화가 많아
회원가족들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여기엔 김희진 부장의
"달콤한 권유"도 한몫 한다.

이 모임에 회장은 따로 없고 월례회마다 차기 정례회 주관사를
정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마협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성공적인 마케팅을 통해 좀
더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쉽고 재미있게 만날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서로의 성공사례나 실패요인을 분석하고 재정리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