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업계가 미래정보통신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융합형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PC TV 휴대폰 등 하드웨어부문을 비롯해 전화 인터넷 PC통신 등
소프트웨어부문에서 정보통신 전영역의 울타리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정보통신 산업의 영역파괴 현상은 전세계를 한덩어리의 시장으로 묶는
정보고속도로 시대가 오면서 가속화될 전망이다.

인터넷업계는 이같은 영역파괴 흐름의 선두에 서서 전화 팩스 방송 등
관련영역의 기술을 합친 융합형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인터넷전화기술로 일반 국제전화시장을 공략하고 있는게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GXC사는 상대방이 PC가 없더라도 인터넷 국제전화를 걸수 있는
서비스를 최근 개발했다.

국내업체인 브이플러스는 이를 한글화해 최근 국내에서 서비스를 개시,
인터넷전화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렸다.

(주)대우도 미국의 IDT사로부터 이같은 기능의 인터넷전화 기술을
도입, 서비스를 추진중이다.

동성정보통신 한국무역정보통신 등은 인터넷 국제팩스서비스를 시작해
데이콤 등 기존 사업자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아이네트기술 현대정보기술 등도 인터넷 팩스사업을 추진하는 등 업계의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인터넷서비스업체인 제이씨현시스템은 엘림네트를 통해 최근 영어
특강 서비스를 처음으로 유료화해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이네트기술도 인터넷접속홈페이지인 아이월드의 국제바둑서비스를
유료화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인터넷의 PC통신화에 불이 붙은 것이다.

이에 대응하는 PC통신업계의 융합형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유니텔이 전용에뮬레이터에 웹브라우저 (웹검색용프로그램)를 내장키로
한 것이나 하이텔이 웹CUG(폐쇄사용자그룹)를 개발한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인터넷업계는 또 스트림웍스같은 인터넷과 TV의 기능을 융합한 기술을
선보이면서 TV방송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아이네트기술이 최근 MBC의 모든 방송프로그램을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하기 시작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부 신문사의 경우 인터넷 전자신문을 서비스하면서 문자를 말로
들려주는 음성합성기술을 동원, 라디오방송과 다를바 없는 서비스를
추진중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음성합성기술을 독자개발, 국내 신문업계의
방송영역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PC와 TV업계의 융합형 기술개발경쟁도 치열하다.

국내외 PC업체들은 MPEG (동영상압축표준)기술 등을 동원, 멀티미디어
PC를 주력상품으로 내세우면서 TV시장을 넘보고 있다.

전통적인 TV업계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TV가 인터넷접속이라는 PC고유의 통신기능을 받아 들이고 있는 것.

일본의 산요전기와 미국의 웹TV 등 상당수 외국업체들이 이미 인터넷TV
판매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삼성 LG 대우전자 등이 상용 인터넷 TV개발을 거의 끝낸
상태로 빠르면 연말부터 삼성을 시작으로 국내에도 인터넷TV 시판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따라 TV와 PC의 기능을 결합한 융합형기술인 TPC가 미래
정보통신기기의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애플 세가등은 TV에 연결해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게임기를 내놓았으며
국내에서는 LG전자가 PDA (개인휴대정보단말기) 시판에 들어갔다.

LG는 필립스와 협력, TV에서 인터넷을 즐길수 있는 CD-i플레이어도
공급중이다.

삼성전자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휴대폰 CDPD를 개발했다.

업계가 영역파괴 바람에 맞서 융합형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도
관련 법령을 손질하는 등 적극 대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방송 통신 등 영역별로 규제하는 지금의 법체계로는 이들 영역이 융합된
신사업을 관리할수 없기 때문이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