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기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은 9일 호텔롯데에서 열린 한국경제인동우회
정기조찬세미나에 참석, "최근 북한정세와 남북경제교류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무장공비침투사건이후 경색되고 있는 남북한관계와 이에따른
정부의 대북정책방향에 대해 강연했다.

강연요지는 다음과 같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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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과의 관계에서 일관성이 없다는 얘기가 있다.

남북관계에서 일관성이란 무엇인가.

봄 가을에 똑같은 옷을 입으라는 것이 일관성이라면 맞지 않고 좋은
것도 아니다.

아버지와 형이 아들과 아우에게 잘 되라고 돈도 주고 매질도 한다.

이것을 일관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의 기본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일관성을 지녀왔다.

북한을 보는 눈 등 대북정책기조에서 우리는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 기조는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제일 큰 과제다.

평화없이 통일로 가는 길은 생각할 수 없다.

그 일환으로 가까운 것, 국제적으로 연관된 것 가령 제네바핵합의 4자회담
등을 지켜나간다는 게 우리의 기조다.

이 테두리내에서 북한이 저지르는 못된 짓에 대해 그동안 어설프게
대응하지 않았나 반성하고 대가를 치르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고
일관성이다.

어떤 일(무장공비침투사건)에 대해서 크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없었던 일처럼 넘어갈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평화를 얻지 않고는 적대감의 확대재생산외에는 얻을
게 없다는 것이며 이는 지난 50년이 준 교훈이다.

앞으로의 남북관계에서는 평화를 제일 앞에 내세워야 한다.

경제가 그것을 이루는데 첫번째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적대감을 만드는 "총질"이 나와 있다.

총질이 앞에 나와 있기때문에 도리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경제관계에서
더 열심히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북한과 얘기할 때 "키워드"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90년대 들어, 특히 김일성사망이후 정치적 상징인 김일성이 위대할수록
공백이 크고 이에따라 불안감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김정일은 "나에게 어떤 변화도 바라지 말라"며 일관성을 내세우고
(스스로) 잘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적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며,일관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일관성때문에 잘 안돼 가고 있는 형편이다.

나진.선봉개발이나 위탁가공 등은 북한에 변화를 안내해주는 것이
될 것이다.

북한내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이 있으나 많지는 않다.

이들은 돌을 정상으로 밀고 올라가지만 계속 미끄러지는 "시지프스의
신화"를 연상시킨다.

이것이 총론적 북한의 상황이다.

북한이 변화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북한을 보는 우리의 눈을 경화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도 냉전때처럼 대응해야지,변하지도 않았는데 변한 것처럼
대응해서야 되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북한이 적이냐, 동포냐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그 질문에 북한이 적이자 동포라고 답변했다.

어떤 때는 적이 크게 보이고 어떤 때는 동포가 크게 보인다.

통일원에서는 이번 사태후 북한과의 관계에서 새롭게 진전되는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해 검토를 끝낸 후에 하자고 결론지었다.

북한에서도 나진.선봉지대를 잘 해보자고 하는 세력, 원자로건설을
빨리 해보자고 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8일 잠수함사건이 드러났을 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간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협상에서 저절로 잠수함사건으로 협상을 더 진행시키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때 북한측은 "KEDO사업 진행을 바라지 않는 측에서 만들어낸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측 한 두사람은 이말을 잠수함사건이 북한내부에서 만들어낸
일이라는 뜻으로 들었다고 한다.

결국 지난 24일 협상이 임금문제로 결렬되다시피했다.

우리측은 나진.선봉(1인당 월80달러)이나 남포(110달러)에서의 임금을
기준으로 하자고 했으나 북한은 원자로부지가 외국과 같은 곳이라며
처음에 3백달러를 요구했다.

결렬될때는 북한이 7백달러까지 요구했다.

결렬직후 북한측이 비행기를 타려다 말고 우리측 안을 다 수용하겠다며
서명하자고 해 문구합의정도가 이뤄졌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보다 먼저 북한중앙통신을 통해 "이번 합의로
기공하는데 아무런 장애도 없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북한은 "남한이 자꾸 규제해 북한방문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왜 그런 규제를 하느냐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잠수함사건후 천배 백배 보복을 밝히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이 북한내에 가 있었다고 생각해보라.아찔한 얘기다.

"기업이 위험부담을 다 감수하는데 정부가 왜 그러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재산은 개인의 것임과 동시에 국가의 것이다.

북한쪽에 대해 우리측 입장을 얘기해야 한다.

북한이 몰수같은 것을 안하겠다고 보장해야 한다고 하는 것을 우리가
당국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 따라다니는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않아 애탈 이유가 뭐 있겠는가.

전적으로 북한을 위한 것이다.

우리기업들이 투자하기가 쉬워지면 누가 좋겠는가.

북한은 90년대들어 계속 마이너스성장을 하고 있다.

올상반기에는 마이너스 6~7%대에 달한다는 집계도 있다.

우리는 계속 7%대로 성장했다.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나진.선봉에서 태어난 한 일본인은 이번 포럼에 가본뒤 "51년동안
완전히 잠들어 있던 곳이 나진.선봉"이라고 했고 한 미국인은 "정유공장을
골동품으로 살 뻔했다"고 했다.

과장된 면도 있겠고 웃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도
큰소리치고 있는 북한을 상대하고 있다.

< 정리=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