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는 11일부터 4일간 신라호텔에서
"APEC과 WTO-우선과제와 추진방향"이라는 주제로 제9차 무역정책포럼을
개최중이다.

이번 포럼에서 발표자들은 향후 WTO의 원활한 역할수행을 위해 APEC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APEC의 개방적 지역주의가 WTO와 같은 다자간 체계를 보완
촉진해 왔다며 앞으로도 WTO내에서 부각될 신통상이슈에 대한 사전 검토
작업도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APEC이 차별적이고 특혜적인 자유무역지대를 지향할 것이
아니라 WTO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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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자간 무역체제 ]]

<> 남덕우 < 한국태평양 경제협력위원회 명예회장(전 국무총리) >

= UR협상 "타결"이후 환경, 노동기준 및 경쟁정책 등 "신이슈들"이
등장하여, 개방적인 다자간 무역체제와 WTO에 큰 도전을 던져주고 있다.

먼저, 심각한 국제적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는 환경파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하지만, 이를 무역과 연계시키는 것은 개도국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오염활동을 규제하는 다자간 협정이 필요하지만, 환경목적을 당설하기
위해 무역제제는 적당한 수단이 아니다.

WTO는 환경관련 무역조치들을 제한하고, 환경문제를 보호무역적인
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개도국에서 노동력이 착취되고 자의적인 저임금이 유지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세계공통의 노동기준을 제정하여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개도국들에서는 만성적인
노동력의 초과공급이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노동기준에 관한 문제는 해당국의 현재 상황에 따라 판단되어져야만
한다.

저임금에 기초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개도국들로서는 당연히
세계적 노동기준 제정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노동조건에 대한 인도적인 관심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것이 개도국의
선진국에 대한 수입을 막는 보호장치로 이용될 위험성은 경계해야 한다.

한편, 경제통합의 심화에 따른 자연스런 과정으로서 각국의 경쟁정책을
조화시키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자간 경쟁정책 조화가 개별경제, 특히 개도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불확실하고, 정치 경제 문화적 제약이 많다.

경쟁정책 관행과 개별국가의 경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상호이해를
증진시켜 나가는 것이 우선적으로 취해져야 할 과제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현재 급증하고 있는 지역무역협정 문제도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원산지 규정과 반덤핑 등 보호적인 조치들의 특혜적 적용은 무역
전환의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WTO와 다자간 무역체제에 대한 중요한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역무역협정들이 개방적인 다자간 무역체제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 50년전에 만들어진 GATT 24조를 현실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

동 위원회에서는 지역무역협정 관련규정과 기준의 명료화, 그리고
특혜적 원산지 규정과 반덤핑 관행 등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 아태지역의 역할 ]]

<> 김완순 < 고려대 교수 > =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덤핑, 보조금, 원산규정, 지역무역협정
등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큰 진전이 없었다.

더욱이 UR에서 채택되지 못한 무역-환경 연계, 노동기준, 투자 및
경쟁정책과 같은 규제관련 이슈들은 미래 협상의 과제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환경, 노동기준, 투자 및 경쟁정책 등 신통상이슈들의 검토에
있어서 각국별 다양성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며, 특히 환경과 노동
기준의 경우는 각국별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세계적 기준의 제정이
매우 어렵다.

먼저, 각국별 상호의존도가 높아지고 기업활동이 세계화됨에 따라
향후 가능한 경제적 갈등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경쟁정책의 국제적
조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각국간 견해, 법률, 제도간의 기본적인 차이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초국가적인 집행력을 가진 세계적 경쟁규범을 제정하기는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APEC이 각국간 경쟁정책과 법률의 차이를 확인하고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공정거래법의 엄정한 집행뿐 아니라 수입제한 철폐를
포함, 포괄적인 정책의 일관되고 지속적인 집행을 통해 기업집단간
경쟁을 촉진시켜야 할 것이다.

WTO 관련규정 부재로 인해 경쟁정책의 자의적인 역외적용 가능성이
높은점을 감안, 조사와 집행의 협력적 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무역
대국들간 역외적용에 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생산과정의 국제화에 따라 각국의 투자규정이 다자간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 각국이 해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기준을 낮추려는
유인을 갖고 있지만, 개별정부의 투자정책은 무역과 관련된 것이
아니고는 GATT 규정의 대상이 아니다.

이런 점을 감안, WTO는 투명성, 내국민대우, MFN, 그리고 분쟁해결
등을 포함하는 투자관련 다자간 규정을 제정하기 위한 논의를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과 OECD의 주장으로 WTO의 중요한 의제로 등장한 노동기준 문제는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수출주도 고도성장을 시현한 동아시아
개도국들에는 특히 민감한 사안이고 보호무역적으로 간주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노동기준에 관한 각국간 견해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잘 해야 최소기준에 대한 협정이나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ILO협정의 핵심적인 부분들이 협상시 원용될 수 있을 것이다.

[[ APEC 자유화 ]]

<> 게리 허프바우어 < 미 국제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 1989년
협의체의 형태로 출범한 APEC은 시애틀 정상회담(93년)과 보고르선언
(94)을 통해 역내 무역 및 투자자유화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으나
대다수의 회원국은 APEC이 GATT와 같은 협상의 장으로 전환되는 것을
희망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본인은 APEC이 협의체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2020년까지 역내
무역 및 투자자유화 달성을 위한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APEC의 역할은 분쟁을 방관하지 않고 개입하여 중재하는 것이다.

특히 노동기준 환경기준 및 부패와 같은 신통상 이슈관련 분쟁에 대한
APEC의 중재기능은 한층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비록 APEC이 안보기구는 아닐지라도 현재 역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중국과 대만, 남북한 긴장고조와 같이 역내 번영과 단결을
위협하는 안보적인 이슈도 회원국간에 신중히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APEC은 WTO중심의 다자간 무역질서를 존중하고 있다.

실제로 APEC회원국들은 자국의 무역 및 투자자유화 과정에서 GATT.WTO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왔으며 APEC차원에서도 제3차의 정상회담을
통해 UR가속화의 원칙을 재천명하고 있다.

중국의 WTO가입은 APEC차원에서 WTO와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가장
커다란 역내 이슈이며 내외적 위상 제고를 통해 G7회의에 EU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APEC은 소규모의 사무국은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 인원으로는
각국의 무역 및 투자장벽을 비교분석하고 자유화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다.

APEC은 OECD와 달리 각국에서 파견된 소수의 인원으로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으나 분석적인 프로젝트는 역내 회원국에 소재하고 있는
연구소를 통해 추진시키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국제경제연구소(IIE)은 역내의 유수 연구소와 제휴하여
각국의 "보호의 경제적 비용"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계산가능한
일반균형모형을 사용한 계량적 분석 또한 역내 연구소에 위임하여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APEC의 진행과정에서 ADB(아시아개발은행)의 역할의 증대가 요구된다.

특히 ADB는 아시아 개도국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요되는 자금(예:
기술지원자금)을 지원함으로써 APEC의 자유화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