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은행이 2차대전이 끝난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나치망령"에 시달리고
있다.

스위스은행이 누리는 오늘날의 부는 당시 독일 나치정권에 학살된
유태인들의 자산 덕분이란 비난이 거세지는 가운데 영국정부가 "스위스은행
이 상당량의 나치금괴를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 그 입지를 더 한층 어렵게
하고 있다.

외국외무부는 10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스위스은행이 보관중인 나치정부
의 금괴량은 현시가로 40억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39년부터 45년까지 독일정부가 전쟁비용조로 스위스은행으로
빼돌린 금괴량의 90% 수준이며 전후 미국및 영국에 반환한것은 10%에 불과
하다는게 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이 금괴는 당시 나치정부가 학살한 6백만 유태인과 다른 점령국 은행에서
강탈한 것으로 스위스은행이 이를 보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뜻도 표명했다.

영국정부는 내주중 말컴 리프킨드외무장관을 스위스에 보내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할 방침이다.

이에대해 스위스정부는 "그 문제는 전후 연합군에 의해 조사가 끝난 것이며
그 수치도 정확하다 할수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당시 나치정권은 강탈한 금괴를 녹여 이에 "제3제국" 표시를 각인, 스위스
로 옮겼기 때문에 주인을 확인할수있는 정확한 "꼬리표"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퍼져있는 유태조직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스위스정부가 이 문제를 요구에 못이겨 2차대전중 스위스은행에 보관된
유태인자산 내역을 조사키로 결정한게 그예다.

게다가 조사과정에서 당시 중립국인 스위스가 나치정권의 전비 자금줄에
관련했다는 사실이 들어나면 스위스정부의 입장은 상당히 난처해 진다.

어찌됐건 스위스는 돈세탁 천국이란 악명에 시달려온데 이어 올들어서는
나치망령까지 맞게 돼 이래저래 어려운 입장에 몰려있는 셈이다.

<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