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미 AT커니사 공동 ]]

이석근 <> 서강대 졸업 (경영학)
<> 미 시카고대 경영학 석사 (재무계량경제)
<> 현 AT 커니 서울지사 컨설턴트

최근 미국 일본 등에서 은행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른 업종과 달리 규제라는 보호 아래 비교적 안이한 경영을 해왔던
은행산업은 규제완화 글로벌라이제이션 정보통신혁명 등 급변하는
환경속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BPR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은행들도 신상품 개발, 비용편익분석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프로세스로의 자원배분, 효율적인 회계시스템 마련,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 관리, 고객중심의 경영 등을 내용으로 하는
BPR에 즉시 들어가야 된다.

하지만 이같은 실행 내용의 주요부분이 종종 규제장벽, 은행의 실행능력
부족, 리엔지니어링 내용 자체에 대한 혼돈 때문에 의도한 대로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타업종에 비해 은행업의 리엔지니어링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프로세스 자체의 연계성이 긴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서는 <>지점망 <>소매금융 <>시스템관리 <>도매금융 <>오퍼레이션
등과 같은 은행산업관련 BPR의 주요내용 가운데 도매금융과 관련된
리엔지니어링을 살펴보자.

도매금융이 전체 은행영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리엔지니어링
효과가 크다는 점과 도매금융과 관련된 체계적인 정보활용이나 관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도매금융분야에서 시장세분화 전략과 이에 적합한 마케팅 접근
방법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AT 커니사가 미국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100%가
시장세분화는 도매금융부문의 주요 전략수립의 핵심이 된다고 대답했다.

또 고위경영층의 86%는 전략의 근간으로 시장세분화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조사대상 은행 대부분이 도매금융에서 시장세분화 전략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도매금융에서 시장세분화 전략이 실패하는 주된
원인은 은행이 고객중심의 계층화와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장세분화를
혼돈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시장세분화는 다양한 구매욕구와 필요조건을 가진 구매자군을 식별하는
것인데 반해 고객중심의 계층화는 보통 몇가지 변수에 의한 단순구분에
의존한다.

예컨대 대부분의 은행들이 <>조직의 크기 <>계좌의 크기 <>지역 <>업종
등을 기준으로 시장을 세분한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결국 은행들이 시장세분화라고 추진한 소비자 구분은 계층화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도매금융 시장세분화 전략은 혼돈과 시행착오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혼돈과 시행착오는 그동안 사용돼온 시장세분화 방법이 보통
소비재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과 다를 바가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

소비재 산업에서의 시장세분화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돼 있고
이에따라 시장세분화에 관한 정보 및 연구가 축적돼 있어 그 지침서까지도
잘 정비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은행은 소비재 산업에서의 시장세분화 접근방법을
도입, 활용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가 개인이 아닌 기업인, 도매금융업에서 소비재산업의
시장세분화 접근방식을 사용할 때 비합리와 마찰이 초래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이유는 첫째 도매금융업에서 소비자(기업)의 행태가 소비재산업에서의
그것만큼 잘 정리돼 있지 않다는 점, 둘째 소비재산업에서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기업 전체의 관심사인 반면 도매금융업
에서는 전사적 지원이나 관심도가 이에 훨씬 못미친다는 점, 셋째 소비재
산업에서의 마케팅과 판매의 초점이 고객유인정책(Pull)에 있고 도매
금융업에서의 초점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제시, 판매하는 정책
(Push)에 있다는 점 등이다.

그렇다면 도매금융업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도매금융시장 지향적인 시장세분화 접근방법을 고안하고 이 방법이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또 시장세분화 접근방법과 도매금융관련 BPR를 접목시켜야 한다.

도매금융관련 시장세분화 접근방법은 4단계로 이뤄진다.

상당수 은행들의 도매금융관련 시장세분화 전략의 실행 내용을 분석해
보면 소비자(기업)에 대한 정보부족이나 정보의 질 뿐만 아니라 은행조직
자체에서 그러한 정보를 원활히 활용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시장세분화 접근방법의 4단계는 정보의 질 향상을 위한 단계적인
접근이며 각 단계마다 은행조직이 어떻게 정보를 활용하고 어떤 행동을
취해야 되는지에 대한 지침을 포함하고 있다.

첫째는 기술적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은행은 매출액규모 업종위치 등으로 비교적 간단히 구분된
시장과 고객을 상대로 기존의 상품 서비스를 제시, 고객이 자신들의
요구나 필요에 따라 제시된 상품 서비스를 택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은행들이 현재 고객중심의 계층화를 가지고 실행하고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차별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은행은 현재의 시장구분을 그대로 이용하되 고객의 소비
패턴 및 소비결정 프로세스 등과 같은 고객의 소비행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보다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고객만족을 지향하게 된다.

기존의 상품 서비스를 기존 고객에게 제공하되 좀 더 심층적인 고객
분석을 통해 가격 상품종류 유통 판촉 등을 개선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결합단계이다.

은행은 전단계에서 축적돼온 고객 소비행태에 대한 연구로 좀 더 세밀한
시장세분화를 하게 된다.

특정상품이나 서비스를 특정고객이 구매할 것인가의 여부와 관련된
확률을 생각해 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은행은 신상품을 개발해 낼 때 어떤 시장과 고객을 상대로
일정 규모의 매출크기를 예상하고 그 상품에 대한 기대값을 구할 수
있다.

이는 곧 상품개발에 대한 자신감뿐 아니라 합리적 의사결정 가격 유통
판촉 등 모든 은행조직의 전략적 행위에서 일체화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넷째 예측단계이다.

결합단계에서 시장세분화의 조직적 흡수는 예측단계에서 더욱 강화된다.

3단계를 거쳐오면서 은행은 기존 시장과 기존 제품, 기존 시장과 개량된
제품, 기존 시장과 신제품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신제품의
성공적 연결을 위해 어떤 정보가 중요하며 은행조직 내에서 어떤 종합적
지원이 필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이같은 노하우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그에 맞는 신상품을 개발하게 된다.

다시말해 상품과 고객간에 어떤 요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매우
높은 확실성을 가지고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원하는 정보를 가장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수집 분석한 뒤
적정한 가격 유통 판촉 등의 활동범위를 확정짓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전사적이고 통합적인 노력과 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은 물론이다.

요컨대 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적 역량 시장세분화의 조직적
흡수.활용을 위해 각 부문간의 부조화및 실행수준 순서 속도를 조정해줄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4단계의 접근방법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은행조직의 문화
기술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시장세분화의 조직적 흡수를 위해서는 이질성을 지니는 각 세분된
동질적 고객 및 시장을 흡수하기 위해 은행조직을 동질성 있는 여러
이질적인 조직으로 나눠야 한다.

이와함께 조직 전체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전사적인 조화를
유지해야 한다.

은행들은 그동안 시장세분화의 중요성이나 이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게 사실이다.

따라서 은행은 소비재산업의 시장세분화 방법에서 벗어나 도매금융
지향적인 시장세분화 방법을 하루빨리 도입하는 것이 경쟁력 향상의
지름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