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배타적 경제수역(EEZ)법이 10일 공식 발효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해양주권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날부터 우리나라는 약 33만평방km에 달하는 주변해역 자원과 해양환경
보호 등에 대한 독점적 이용권과 관할권을 갖게됐다.

구체적으로는 영해기선으로부터 2백해리 범위내 해저 및 그 상부수역과
하층토에 있는 모든 생물.무생물 자원의 탐사 개발 보존 관리에 관한
주권적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또 해수 해류 해풍을 이용한 에너지생산 등에 대해서도 권리를 행사하게
되고 이 수역내에서 인공섬이나 기타 구조물의 설치와 사용, 해양과학
조사와 해양환경 보호 등에 관한 관할권도 갖게된다.

대신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모든 국가에 대해 EEZ내에서도 항해 상공
비행 및 해저전선이나 도관 등을 부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게 된다.

"바다는 제2의 영토"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막연했던 개념이 확실하게
구체화된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같은 독점적 권리를 전면적으로 행사하기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상 동해 남해 서해 등 3면의 바다 모두가 폭이
4백해리에 못미치는 좁은 해역이어서 한국 일본 중국 세나라간 협의를
거쳐 바다영토의 경계를 그어야 한다는게 바로 그것이다.

3국이 저마다 2백해리 주권을 선언하고 권리행사에 나설 경우 경계가
중첩되는 부분에서의 갈등과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중.일 3국은 해양경계 획정을 위한 접촉을 갖고 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협상결과에 따라서는 바다영토의 지도가 크게 바뀌는 만큼 서로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일간은 독도, 중.일간은 센카쿠열도 등 영토문제까지 맞물려
있어 접점찾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이와관련해서는 국제법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않고 있다.

해양법협약은 "해안을 마주 대하고 있거나 인접하고 있는 나라 사이의
EEZ경계는 국제법을 기초로 합의에 의해 공평한 해결에 이르도록 획정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뿐 구체적 획정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외무부관계자는 이에대해 해양경계 획정에 있어 세계 각국이 많이
채택하고 있는 중간선 원칙도 3국이 선뜻 채택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반도를 둘러싼 해역은 세계 어느 해역보다 복잡한 지형으로 되어 있어
무자르듯 절반을 뚝 잘라낼 수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EEZ경계획정은 특히 어업분야의 이해득실과도 직결돼 있어 협상 타결
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너무도 많다.

한.일 양국간 해역에 EEZ선이 설정될 경우 우리나라는 동해에서만 연간
최소 6백70억원이상 어민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농촌경제연구원의 전망은
EEZ선 획정협상의 전도가 얼마나 험난한지를 시사해준다.

EEZ경계획정과 관련, 한.중.일 3국은 새로운 어업질서형성을 위한 협정
체결.개편작업을 병행하고 있으나 협상에 임하는 입장은 "3국 3색"이어서
언제 종착역에 도달할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는 현재 일본에 대해서는 수세인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본수역내에서 우리 어선들의 어획량이 우리 수역내에서 일본어선들의
어획량보다 월등히 많아 EEZ경계를 긋기에 따라서는 우리 어민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정부로서는 가능한한 어업협정개편을
늦춰 손실규모를 최소화하자는 입장이다.

일본으로서는 EEZ경계선이 어떤 형태로 획정되든 손해볼게 없다며
조속히 협정을 개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한.중간의 경우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나라가 어업협정의 조기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자국어선들이 한국과 일본수역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 탓인지
특유의 "만만디"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한.중 어업협정 체결을 위한 공식 협의가 시작된지 3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 지금까지도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거듭 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과거 공해였던 바다가 이제부터는 단 한평도 남지않고 특정국가의
EEZ로 탈바꿈하게 돼 경제적 득실이 엇갈리는 점을 고려해보면 3국
모두 쉽사리 상대방 요구에 응할 수 없게 돼 있는 형국이다.

21세기 해양강국을 내걸고 있는 정부로서는 일본 중국과의 EEZ선
획정과 어업협정개편문제가 그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첫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 김삼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