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와 동맹을 맺고 있는 쿠르드민주당(KDP)군은 9일 열흘동안의
쿠르드애국동맹(PUK)과의 전투에서 사실상 완전히 승리, PUK의 마지막
거점인 술라이마니야로 진격해 들어갔다.

KDP군은 이라크군을 후미에 따라오게 한 채 파죽지세로 이라크 북동부
지역을 휩쓸었으며 PUK군은 산발적인 저항으로 맞섰으나 역부족이었다.

KDP의 술라이마니야 점령에 따라 이라크는 지난 91년 걸프전이 끝난 뒤
미국의 주도로 북부 이라크에 쿠르드족의 "안전한 피난처"가 설치된 이래
처음으로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했다.

KDP군은 9일 아르빌에서 동쪽으로 95km 떨어진 전략 도시 도칸도 점령했다.

도칸은 이 지역 일대의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댐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KDP군의 차량 행렬은 길게 이어졌으며 병사들은 자신들의 KDP를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만든 리본을 소총에 두르고 있었다.

술라이마니야의 함락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되던 9일 오전부터 민간인
약 5만명이 이란을 향해 피난길에 올랐으나 이란 정부는 이들 피난민을
자국 영토에 들여 놓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실의 대변인 루퍼트 콜빌은 "피난민 행렬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 쿠르드 분파별 입장 >

이번에 전투를 벌이고 있는 두 쿠르드분파는 지난 91년 걸프전시 이라크의
패배후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곧 주도권과 자치지역의 세입분점문제를
놓고 충돌,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분쟁은 미래의 정책목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데서 비롯된다.

KDP의 지도자인 바르자니는 서방측의 지원 약속은 무익한 것이며 따라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타협, 평화를 이룩하고 자치조치를 수용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고 믿고 있는 반면 PUK의 지도자인 탈라바니는 사담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며 이라크 반체제 단체들의 지원속에 사담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쿠르드족의 투쟁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