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융가인 "시티 오브 런던"에 유럽화폐통합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있다.

영국이 오는 99년 출범예정인 화폐통합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런던이
유럽 금융중심가의 자리를 파리나 푸랑크푸르트에 넘겨주게 될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영국정부가 화폐통합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프랑스나 독일에 비해
이에대한 준비가 그만큼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유럽중앙은행의 전신격인 유럽통화기구(EMI)를 지난 94년
프랑크푸르트로 유치, 기선을 제압했다.

재무부는 금년 여름 휴가철부터 국내및 국제선 비행기에 "유러, 마르크화
처럼 강합니다"란 책자를 배포, 국민들에 화폐통합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열성을 보이고있다.

또 프랑크푸르트증시는 뒤셀도르프및 뮌헨증시를 합병,몸집을 키웠다.

물론 유럽최대 증권시장인 런던증시를 겨냥한 포석이다.

파리의 선물및 파생상품 거래소인 마티프는 지난달 화폐통합에 앞서
내년초부터 통합화폐인 "유러"표시 거래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히는등
프랑스에서도 이에대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반면 런던금융가는 정부의 방침을 주시할뿐 별다른 대책마련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런던투자은행협회(LIBA)가 상업은행과 증권거래소간 종합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것도 이의 반영이다.

화폐통합호의 첫차를 타든 안타든 유러표시 자금결제 시스템등을 사전에
준비해두지 않으면 주식 선물 파생상품 환거래등 모든 분야에서 다른
경쟁국에 뒤질것이란 경고성 건의였다.

영국은행연합회는 15억달러 이상을 투자,지금부터 유러거래를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화폐통합이 출범하는 99년에 간신히 제기능을 할수있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영국이 화폐통합 창립멤버에 합류하지 못하면 독일 프랑스등 참여
1진에 비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도 시티관계자들이 우려하는
점이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화폐통합에 참여하지 않는 회원국에 대해서는 은행간
유러결제 시스템의 접근을 제한할 방침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영국이 지난 92년 유럽환율체계(ERM)를 탈퇴한 이후
파운드화를 자유로이 평가절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면
자위적으로 불참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으나 득보다 실이
많은것이 확실하다는게 시티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영국 유력 경제연구소인 CEBR 는 "영국은 화폐통합에 대한 준비부족등으로
통합이후 2만명의 실업자를 양산하는 어려움에 처할것"이라고 분석했다.

CEBR 의 더글러스 맥윌리엄스회장은 "여차하면 독일등 다른 회원국들이
영국의 금융산업을 넘겨받게될 것이며 이에따라 효율적인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런던에 주재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점차 다른곳으로 자리를
옮기게될것"이라고 경고했다.

< 브뤼셀 = 김영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