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채권, 이 두손안에 있소이다"

펀드매니저들은 금융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한다.

마음만 먹는다면 몇 종목의 주가를 상한가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루에만도 수십만주 수십억원어치를 사고파는 사람들이 펀드매니저들이다.

이들이 주무르는 것은 주식시장만이 아니다.

채권시장에도 그에 못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이 사자 주문을 적게 낼 경우 채권금리는 급등하게 된다.

반대로 팔자주문을 많이 내면 채권금리는 급락세로 돌아서야 한다.

펀드매니저들이 어떤 사람들이기에 이렇게 금융시장을 "좌지우지" 하는가.

펀드매니저(Fund Manager)는 말그대로 돈(fund)을 움직이는(manage)
사람들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고객이 맡긴 자산을 주식 채권등 유가증권에 투자해
수익을 올려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움직이는 돈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적게는 100억원부터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른다.

운용자금이 이렇게 크다 보니 그들의 투자동향은 금융시장에 큰영향을
미칠수밖에 없다.

이들이 소속돼 있는 곳은 주로 금융기관, 그중에서도 투자신탁회사가
대표적이다.

은행과 보험사의 자금운용 담당자도 넒은 의미의 펀드매니저들이다.

은행은 고객이 맡긴 예금과 신탁이, 보험사는 보험료가 운용자금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외에 이들이 활약하는 곳으로는 연기금이 있다.

펀드매니저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항상 금융시장의 관심거리이다.

돈을 맡긴 고객은 물론 투신사 증권사 은행 보험 종금 연기금의 자금담당자
처럼 함께 금융시장에 참가하는 동업자(?)들로부터도 주목받는다.

동업자들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으로부터 투자동향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지만 고객들은 오로지 이들의 실적에 관심이 있다.

펀드매니저들의 운용실적에 따라 자신의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투신사의 펀드매니저들중 주식에 자금을 많이 운용하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고객의 관심은 펀드매니저들에겐 항상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높은 수익률을 올려줘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난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게
한국투신 김석규 주식운용과장의 고백이다.

또 "작전세력"이라는 의혹의 눈길도 견뎌내야 한다.

3~4년전만해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펀드매니저들이 증권사 직원과
공모해 작전을 폈던 적도 있었다.

이제는 각 금융기관이 작전을 차단하기 위해 스스로 각종 검열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적인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한국투자신탁 김석규 주식운용과장의 경우를 보자.

김과장은 지난 88년 한국투신에 입사했다.

조사부에서 2년여 근무한 그는 지난 90년 미국 오리건주립대학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나서 92년 여름 회사에 복귀하자마자 실전에 투입됐다.

귀국후 3~4개월동안 그는 "햇병아리 펀드매니저"로 모의투자에 참여하거나
선배들의 경험을 통해 투자관을 세우는 견습기간을 거쳤다.

실전에 투입됐다고 교육이 끝나는게 아니다.

신한은행 김관동대리의 경우엔 동료들과 함께 토론및 케이스스터디를
진행하며 때론 국제금융연수원 등 관련연구소에서 연수를 더받기도 했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윤리교육"이다.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펀드매니저는 이처럼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승부사"다.

승부를 멋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뛰어난 판단력 결단력 분석력 등이
종합적으로 요구된다.

단 몇시간만에 수억원을 벌수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펀드매니저에겐 아프리카 소수민족의 분규소식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과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활약하는 펀드매니저는 불과 200여명 정도.

금융기관 종사자들이면 모두 선망하는 "금융계의 엘리트"들이다.

내년부터 투신사들을 시작으로 펀드매니저들에게 실질적으로 연봉제가
도입된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게된다.

98년 금융시장 개방을 계기로 금융계에서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합리적인 금융관행을 정착시키는 것은 이들의 몫이기도 하다.

펀드매니저들의 선전이 기대된다.

< 박준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