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남성들만의 자리였던 전문직들에 여성 진출이 늘고 있다.
소규모지만 창업하는 여성들도 증가 추세다.
"차별의 벽"을 뛰어 넘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남성만의" 직종이 사라져
가고 있다.
Y대 영문과 4학년인 임모양(23)은 올 하반기 공채시험엔 응시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미국 유학을 준비중이다.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임양은 "졸업후 바로 대기업 등에 도전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속에서 국제감각을 익히기 위해
유학을 결심했다"며 "요즘은 해외에 나가 전문직 취업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이화여대 취업지도 담당자는 "근래의 가장 뚜렷한 대졸여성 취업경향이라면
단연 전문직종 지향"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요즘 여대생들은 직업선택의 전제조건으로 장래성 전문성 보수를
모두 따진다"며 "특히 남녀차별은 없는가, 승진은 순조로운가에도 관심이
높다"고 말한다.
특히 그동안은 워낙 소수여서 특별한 사람들이나 할수 있던 것으로 인식돼
온 국제변호사 국제회의통역사 등에 눈을 돌려 학부때부터 외국 로스쿨
진학 준비에 착수하는 등 적극성을 보인다는 것.
전문직 지향 외에 최근 나타나고 있는 새경향은 소규모 창업.
중소기업을 택해 차분히 일을 배운 다음 3~4년 후에 작지만 "내사업"을
차리겠다는 창업지향형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중소패션업체인 K사 디자이너 황모양(24)은 "규모는 작지만 원단 및
부자재 구입부터 판매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의류대기업보다
좋다"며 98년 쯤이면 소규모 디자이너부티크를 열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내 사업갖기" 추세는 액세서리가게나 옷가게 등 단순 매장보다
영화편집 출판기획 보석세공 외식산업 디스플레이 등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분야쪽으로 넓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으로 6개월~2년간 기능위주 단기유학을 떠나거나 각종
사회기관이 마련하는 창업준비교실을 찾는 젊은 여성들이 급증하고 있다.
종전처럼 가만히 앉아 일하는 사무직보다 유통회사의 영업관리직, 금융업체
의 금융마케팅 등 현장을 "뛰어다니는" 여성들이 많아진 것도 달라진 취업
풍속도.
"고인 물"보다는 변화와 가능성이 큰 "열린 공간"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활동적인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회 전반적으로 개방화 국제화가 진전되고 소프트화됨에 따라 그만큼
섬세한 여성들의 활동공간이 넓어지고 있다.
넓어진 활동공간을 활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모두 여성들의 몫으로
남겨지게 됐다.
< 손상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