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여천공단 환경오염문제 .. 이정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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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사회적인 문제는 대개 까다로운, 때로는 심각한 딜렘마를 내포한다.
최근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여천공단의 환경오염 문제만
해도 그렇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유수의 연구기관인 KIST가 2년여에
걸쳐 조사해본 결과 여천공단의 환경오염이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극심해서 공단주변의 여러마을을 이주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주요 일간신문들이 경쟁적으로 이 충격적 사건을 터뜨리자 환경부는
부랴부랴 현지에 파견했다.
불과 보름에 걸친 이 조사단의 조사결과는 주민을 소개시켜야 할 만큼
여천공단의 환경오염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KIST 조사결과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보도되었다.
언뜻 보면 이상하지만, 사실 환경오염의 측정결과가 이와 같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같은 장소라도 환경오염의 정도는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때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게 보통이다.
그러니 환경오염이 심하때에 측정한 결과와 그렇지 않을 때의 결과가
무척 달라질 수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올바른 정책의 결정을 위해서는 환경오염이 심할 때의 자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자료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
정황에 대한 자료가 많을수록 잘못된 정책을 택할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KIST의 조사는 주민들에 대한 의견조사를 바탕으로 환경오염이
심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환경무가 구성한 조사단의 조사는
장마비에 오염물질이 많이 씻겨나가고 또한 공단의 공해업체들이
오염물질 배출을 상당히 자세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오염측정치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데, 중요한 것은 그어느
조사결과이든 측정이 정확하게 이루어진 이상 모두 옳을 뿐만 아니라
또한 중요한 정책적 시사전을 제공하는 귀중한 자료라는 거이며, 따라서
두 조사결과는 똑같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 조사결과의 현격한 치이 그 자체만을
놓고 이를 과장까지 함으로써 마치 어느 쪽은 옳고 어느 쪽은 틀리다는
식의 흑백논리로 여론을 몰아가고 나아가서 두 기관을 이간질 시켜
흥미진진한 싸움판을 유도하려는 듯한 언론기관의 두 기관을 이간질
시켜 흥미진진한 싸움판을 유도하려는 듯한 언론기관의 자세와 보도야
말로 더 큰 문제다.
KIST의 조사단도 과학의 한계와 연구능력의 한계 때문에 그들의
조사결과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고 환경부가 구성한 조사단
역시 KIST의 조사결과가 틀렸다고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두 조사단 모두 대한민국에서 내노라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 전문가들을 싸움붙인다는 것은 문제해결을 방해할 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두 조사단의 조사결과가 큰 차이가 나는 만큼 정책적 시사점도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다.
KIST의 조사결과 보고서는 여천공단 주변 피해주민의 이주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면 주민이주만이 유일한 대안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KIST조사업의 목적 그 자체가 주민이주 여부를 가리는 것으로
못박혀 있으므로 KIST보고서의 결론은 논리상 합당하며, 따라서 주민이주만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시비걸 수는 없다.
하지만 KIST보고서를 떠나서 순전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했을 때에 이주시켜야 할 대상은 지역주민이 아니라 공장들이다.
우리의 환경법에도 공해업체로 인해서 심한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업체를 조업중단시키거나 이전명령을 말하게 되어 있다.
사람이 먼저지 공장이 먼저가 아니라는 것은 극히 원론적인 상식이다.
물론, 공장을 이주시키는 것은 돈이 너무 많이 들고 국민경제에
너무 큰 부담을 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공단에서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주민을 이주시키는
편법을 계속 쓴다면 어쩌자는 것인가.
더욱이나 울산.온산공단의 환경오염 문제로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오염피해지역 주민들을 대규모 이주시킨 쓰라린 경험의 후유증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마치 1980년대 민주화바람이 불었을때 군부쿠테타가 우리나라 정치를
몇 십년 후퇴시켰듯이 이번에도 여천공단 주변의 주민을 이주시키는
정책을 선택한다면 우리나라의 환경정책 역시 몇 십년 후퇴시키는
꼴이 된다는 점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환경부가 구성한 조사단의 조사결과는 여천공단 입지업체들이 법을
지켜 오염물질의 배출을 성실하게 자제해준다면 장기적으로는 공단주변의
환경이 상당히 개선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공해업체들이 법이 정한 수준으로 오염물질 배출을 자제해준다는
것은 부자가 낙타바늘 구멍에 들어가기 만큼이나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여천공단의 많은 공장들은 20여년전에 세워져서 시설이 많이 낙후되어
있다는데, 그렇다면 이들이 환경법을 제대로 지키면서도 경쟁력을 가질수
있을지 극히 의심스럽다.
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주민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문제다.
현재 정부는 앞으로 6개월 정도 여천공단의 오염실태를 더 철저하게
조사한 연후에 대책을 마련하기로 작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정책은 공단주변 주민의 고통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태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무언가 주민을 위한 대책을 임시로라도 제대로 마련해주고 나서
재조사를 하든가 말든가 해야 할 것이다.
한가지 강조해둘 것은, 행여 주민들을 이주시키더라도 이주보상비를
마련한답시고 이주된 땅을 공단으로 조성해서 팔아먹는 짓은 다시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짓은 환경오염을 더욱 확산시켜서 여천지역 전체를 절딴내는
첩경이 될 우려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6일자).
사회적인 문제는 대개 까다로운, 때로는 심각한 딜렘마를 내포한다.
최근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여천공단의 환경오염 문제만
해도 그렇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유수의 연구기관인 KIST가 2년여에
걸쳐 조사해본 결과 여천공단의 환경오염이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극심해서 공단주변의 여러마을을 이주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주요 일간신문들이 경쟁적으로 이 충격적 사건을 터뜨리자 환경부는
부랴부랴 현지에 파견했다.
불과 보름에 걸친 이 조사단의 조사결과는 주민을 소개시켜야 할 만큼
여천공단의 환경오염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KIST 조사결과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보도되었다.
언뜻 보면 이상하지만, 사실 환경오염의 측정결과가 이와 같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같은 장소라도 환경오염의 정도는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때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게 보통이다.
그러니 환경오염이 심하때에 측정한 결과와 그렇지 않을 때의 결과가
무척 달라질 수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올바른 정책의 결정을 위해서는 환경오염이 심할 때의 자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자료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
정황에 대한 자료가 많을수록 잘못된 정책을 택할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KIST의 조사는 주민들에 대한 의견조사를 바탕으로 환경오염이
심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환경무가 구성한 조사단의 조사는
장마비에 오염물질이 많이 씻겨나가고 또한 공단의 공해업체들이
오염물질 배출을 상당히 자세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오염측정치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데, 중요한 것은 그어느
조사결과이든 측정이 정확하게 이루어진 이상 모두 옳을 뿐만 아니라
또한 중요한 정책적 시사전을 제공하는 귀중한 자료라는 거이며, 따라서
두 조사결과는 똑같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 조사결과의 현격한 치이 그 자체만을
놓고 이를 과장까지 함으로써 마치 어느 쪽은 옳고 어느 쪽은 틀리다는
식의 흑백논리로 여론을 몰아가고 나아가서 두 기관을 이간질 시켜
흥미진진한 싸움판을 유도하려는 듯한 언론기관의 두 기관을 이간질
시켜 흥미진진한 싸움판을 유도하려는 듯한 언론기관의 자세와 보도야
말로 더 큰 문제다.
KIST의 조사단도 과학의 한계와 연구능력의 한계 때문에 그들의
조사결과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고 환경부가 구성한 조사단
역시 KIST의 조사결과가 틀렸다고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두 조사단 모두 대한민국에서 내노라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 전문가들을 싸움붙인다는 것은 문제해결을 방해할 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두 조사단의 조사결과가 큰 차이가 나는 만큼 정책적 시사점도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다.
KIST의 조사결과 보고서는 여천공단 주변 피해주민의 이주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면 주민이주만이 유일한 대안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KIST조사업의 목적 그 자체가 주민이주 여부를 가리는 것으로
못박혀 있으므로 KIST보고서의 결론은 논리상 합당하며, 따라서 주민이주만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시비걸 수는 없다.
하지만 KIST보고서를 떠나서 순전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했을 때에 이주시켜야 할 대상은 지역주민이 아니라 공장들이다.
우리의 환경법에도 공해업체로 인해서 심한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업체를 조업중단시키거나 이전명령을 말하게 되어 있다.
사람이 먼저지 공장이 먼저가 아니라는 것은 극히 원론적인 상식이다.
물론, 공장을 이주시키는 것은 돈이 너무 많이 들고 국민경제에
너무 큰 부담을 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공단에서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주민을 이주시키는
편법을 계속 쓴다면 어쩌자는 것인가.
더욱이나 울산.온산공단의 환경오염 문제로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오염피해지역 주민들을 대규모 이주시킨 쓰라린 경험의 후유증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마치 1980년대 민주화바람이 불었을때 군부쿠테타가 우리나라 정치를
몇 십년 후퇴시켰듯이 이번에도 여천공단 주변의 주민을 이주시키는
정책을 선택한다면 우리나라의 환경정책 역시 몇 십년 후퇴시키는
꼴이 된다는 점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환경부가 구성한 조사단의 조사결과는 여천공단 입지업체들이 법을
지켜 오염물질의 배출을 성실하게 자제해준다면 장기적으로는 공단주변의
환경이 상당히 개선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공해업체들이 법이 정한 수준으로 오염물질 배출을 자제해준다는
것은 부자가 낙타바늘 구멍에 들어가기 만큼이나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여천공단의 많은 공장들은 20여년전에 세워져서 시설이 많이 낙후되어
있다는데, 그렇다면 이들이 환경법을 제대로 지키면서도 경쟁력을 가질수
있을지 극히 의심스럽다.
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주민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문제다.
현재 정부는 앞으로 6개월 정도 여천공단의 오염실태를 더 철저하게
조사한 연후에 대책을 마련하기로 작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정책은 공단주변 주민의 고통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태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무언가 주민을 위한 대책을 임시로라도 제대로 마련해주고 나서
재조사를 하든가 말든가 해야 할 것이다.
한가지 강조해둘 것은, 행여 주민들을 이주시키더라도 이주보상비를
마련한답시고 이주된 땅을 공단으로 조성해서 팔아먹는 짓은 다시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짓은 환경오염을 더욱 확산시켜서 여천지역 전체를 절딴내는
첩경이 될 우려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