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령보옥을 잃어버려 온 집안이 난리가 난 것을 알고있는 대옥이,
실성한 사람처럼 되어버린 보옥에 대하여 여간 걱정이 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 대옥은 어쩌면 보옥이 연극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갈 적마다 대옥은 스스르 행복감에 젖어들곤
하였다.

"보옥 도련님은 보채보다 나를 더 좋아해서 일부러 통령보옥을 숨겨놓고
잃어버린 척하는지도 몰라.

집안 사람들이 어느 중이 이야기한 금과 옥의 인연을 종종 들먹이곤
하는데 보옥도련님은 그게 싫었던 거야.

금이라면 보채가 차고 있는 금목걸이를 말하는 것이고, 옥이라면
보옥도련님이 차고 있는 구슬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보옥도련님은 금과 옥의 인연을 끊어버리려고 통령보옥을 잃어버린
것으로 연극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러나 보옥이 정말 통령보옥을 잃어버려 실성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 또 다시 불안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그래서 보옥의 속마음을 알아보려고 대옥이 보옥을 만나 여러가지
질문을 해보아도 보옥은 여전히 히죽거리며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보옥도련님, 나한체만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정말 실성을 한 거예요?"

"나, 실헝한게 아냐. 히히"

그렇게 대답하는 보옥의 표정은 그야말로 얼이 빠져있어 대옥은 더욱
안타까워지기만 했다.

하루는 대부인이 보옥의 증세가 어떤가 하고 이흥원으로 와 보았다.

처음에는 보옥이 대부인에게 예의범절을 따라 절을 올리고 얌전하게
앉아 있어 병세가 호전되었는가 보다 여겨졌지만 가만히 보니 전보다
정신이 더 멍해진것 같았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보옥의 통령보옥을 찾아오는 자에게는 현상금을 준다는 방문을 거리에
써붙여야겠다.

통령보옥을 직접 찾아오는 자에게는 상금으로 은 일만냥을 내리고
통령보옥의 소재를 알려주는 자에게는 은 오천냥을 내긴다는 현상문을
써서 거리마다 붙이도록 하여라"

대부인의 분부에 따라 가련이 현상문을 여러자 써서 하인들을 시켜 특히
가와 구가 엇갈리는 네거리 같은 곳에 붙이도록 하였다.

대부인은 보옥을 이흥원에 그대로 두면 안되겠다 싶어 대부인의 처소로
옮기도록 하였다.

보옥에게 딸린 시녀들중 습인과 추문만 따라오도록 하고 나머지
시녀들은 그대로 이흥원에 남아있게 하였다.

이삿짐들과 함께 대부인의 손에 이끌려 가면서도 보옥은 이렇다 저렇다
아무런 말이 없이 그저 빙긋빙긋 웃기만 하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