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류타로 일본총리가 현재 22개인 중앙행정부처를 14개로 축소개편
하는 행정개혁비전을 제시했다.

이 비전은 오는 2010년을 실현목표로 하고 있으며 다음 중의원선거에서
정책공약으로 제시될 예정이다.

자민당의 행정개혁추진본부가 수립한 개혁안은 중앙부처를 경제성, 재정성,
서비스산업성, 생산유통성등으로 전면 재편성하고 인허가등의 업무를 외청
으로 독립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행정의 비대화를 수술하기위해 개혁안이 내세우고 있는 원칙은 "정책입안
부문과 집행기능의 분리" "정책담당부서의 정리통합"등 2가지다.

중앙부처개편안중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최대핵심부처인 대장성을 분할
해체한다는 내용이다.

대장성은 세제.재정부문은 재정성에, 은행.증권업계에 대한 감독은 서비스
산업성에 각각 이관한다.

또 통화정책부문은 새로 창설되는 경제성에 넘겨 주게 된다.

통산성의 기능을 넘겨받게되는 생산유통성도 리스업무는 서비스산업성에
넘겨 주게 되고 자치성의 기능도 대부분 재정성으로 집약된다.

법무성을 제외한 거의 전부처가 축소통합등 개혁의 대상이다.

대신 경제성은 대장성으로부터 넘겨받는 통화정책부문과 함께 경제기획청의
기능을 흡수, 매크로경제전체를 장악하게 된다.

정책의 집행을 담당하는 외청은 사무운영에서 대폭적인 재량권을 갖는 한편
각료도 두지 않게 된다.

국립연구기관이나 특수법인의 경우는 업무를 민영화하는등 조직을 최대한
축소한후 외청에 통합시킨다.

자민당이 이처럼 대폭적인 개혁안을 들고 나온 것은 중의원해산및 총선거를
둘러싸고 각당이 설전을 벌이고 있는 행정개혁문제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자민당은 그동안 초점이 돼온 대장성개혁문제에서 가장 소극적인 자세로
임해 비판을 받아 왔지만 이번 개혁안을 계기로 이미지를 완전 쇄신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이 현실로 옮겨질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우선 안자체가 자민당만의 것이지 연립여당의 공통된 생각은 아니다.

행정개혁문제를 둘러싸고 줄곧 공세적 입장을 취하던 사회당과 사키가케가
이번안을 전면 수용해 자민당에 주도권을 선뜻 넘겨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번 안이 2010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수도기능이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수도기능이전문제는 활발히 거론되고는 있지만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고
더구나 2010년까지 정권과 정책이 어떤 형태로 변할지 예측키 어렵다.

이번 안이 "관청 몸집줄이기"에 어느정도 효과를 낼수 있는지도 아직 검증
되지 않았고 개혁안이 힘을 얻기위해서는 다음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
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공무원들의 반발이다.

정평있는 관료사회인 일본에서 관료를 희생시키는 개혁안이 과연 통할 수
있을지는 낙관을 불허한다.

대장성개혁문제로 수년째 나라가 시끄럽지만 아직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안이 행정개혁의 당위성을 인식시키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 도쿄=이봉구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