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주식투자를 일임받았다 하더라도 회사의
영업실적만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빈번한 회전매매를 함으로써 손해를
입혔다면 증권회사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 (주심 이용훈 대법관)는 28일 증권회사 직원과
투자수익보장약정을 맺고 일임매매를 했다가 손해를 본 오모씨
(서울 중구 신당동) 등이 신한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사건
상고심에서 이같은 취지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부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주식투자를
일임받았다고 하더라도 고객을 보호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
(충실의무)를 다해야 하며 만일 고객의 이익을 무시한 채 회사의
영업실적만을 증대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회전매매를 함으로써 고객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의 경우 피고 회사의 안산지점장 이모씨가
지점장으로 승진한 뒤 영업수익 목표 달성이라는 중압감을 받은 나머지
일임매매 약정을 이용해 과대한 신용융자와 단기회전매매를 빈번히
계속함으로써 피고회사의 수수료 수입은 높였지만 원고 오씨 등의
투자손실은 오히려 증가시켰다"며 "그런데도 원심이 이같은 과당매매행위를
불법행위로 보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들의 주식투자경력에 비춰 투자수익보장 약정이
증권거래법상 금지된 행위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투자수익보장 약정의 위법성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부분은
이유없다고 본 원심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