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다" "씁쓸하다" "전직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

"증권사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주식투자를 위임받았다고 하더라도
영업실적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회전매매를 해 고객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엔 증권사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전해진 28일 오후
증권사 임직원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이랬다.

"이번 판결로 인해 증권사 영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주가는 더 하락할
것이며 증권사가 각종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휘말릴 것" (D증권 B차장)이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이 30조원이나 줄어든 상태에서 손해를 물어주려면 모든
증권사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극단론도 있다.

또 그렇지 않아도 빈사상태에 빠진 증시가 이번 판결과 오는 30일
발표예정인 증시제도개선방안 (2차)에서 시세조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는 내용등으로 회복불능사태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내놓고
있다.

한편으로는 "억울하다"는 반응도 거세다.

"맡길 때는 알아서 해달라고 하고 이익을 볼 때는 모른체 하고 있다가
손해가 나면 물어내라"고 하는 투자자들도 문제라는 것이다.

투자신탁회사 수익률보장각서 파동때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보호"라는
명분때문에 증권사만 몰매를 맞는다는 하소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으로 증권사의 영업행태가 크게 바뀔게
분명하다.

"주식의 매매회전율이 쓸데없이 높은것도 사실"이라는 한증권사 직원의
독백이 이를 반증한다.

증권사는 물론 투자자도 함께 나서 건전한 투자행태를 만들어가야
할 때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