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원은 가격의 사각지대.

매년 수천가지의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등이 쏟아지지만 400원짜리는
찾아보기 극히 힘들다.

이미 나와 있는 제품들 가운데서도 400원짜리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 400원은 없는 가격대나 마찬가지다.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신제품을 내면서 아주 싼 것은 100원에서부터
시작해 200원으로 갔다가 300원을 넘어 바로 500원으로 간다.

400원의 징검다리는 없다.

4라는 숫자가 금기시되는 것처럼 가격 400원도 금기시되고 있는 셈이다.

저가대의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제과업체의 경우 이런 사례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롯데 해태 동양 크라운등 제과4사가 판매중인 품목은 대략 1,000가지.

아이스크림 비스킷 초콜릿 크랙커등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
이지만 400원짜리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 제과4사에서 400원대에 팔고 있는 품목은 2개에 불과하다.

롯데제과는 자사 이름을 단 400여종의 제품이 시장에 깔려 있지만 "리믹스"
라는 웨하스가 유일하게 400원짜리다.

해태제과 역시 비슷한 종류의 제품 가운데 400원짜리는 "라페"라는
비스킷밖에 없다.

그나마 이들 두품목 모두가 마케팅일선에 있는 사람들조차 새로 찾아보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자주 팔리지는 않는 품목이다.

동양과 크라운은 400원짜리를 한 종류도 갖고 있지 않다.

400원짜리를 기피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껌을 꼽을 수 있다.

200원짜리가 대종을 이루고 있는 껌시장에 올초 롯데와 해태가 300원짜리를
주력제품으로 내놓았다가 최근들어 다시 각각 "브레인"과 "DHA-Q"등
500원짜리를 내놓고 치열하게 경쟁중이다.

그 사이에 400원짜리는 없었다.

현재 제과업체 가운데 빙그레가 판매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더위사냥"이
400원짜리 제품으로 제대로 팔리고 있는 유일무이한 제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라면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라면업체인 농심이 생산하고있는 품목은 모두 38가지.

이 가운데 400원짜리는 육개장 사발면등 용기면 3~4가지에 불과하고 주력
상품인 봉지면의 경우 400원짜리가 전무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라면가격도 100원대에 오래 머물다 200원을 잠시
거쳐 지금은 농심의 "신라면" 삼양식품의 "삼양라면" 모두 300원대다.

최근들어 빙그레의 "뉴면", 농심의 "새우안성탕면"을 중심으로 서서히
500원짜리들이 등장하고 있어 다시 300->500원의 패턴을 밟고 있다.

이처럼 400원짜리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두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우선 한국인들의 정서에는 4라는 숫자가 터부시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미지를 중시하는 민간기업들은 4를 피해 가격을 책정하는 경향이
짙다.

반면 소비자들의 정서와는 별 관계없이 책정되는 버스, 지하철요금같은
공공요금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인상된다.

지금 버스요금이 400원인 것을 예로 꼽을 수 있다.

또 다른 무시할 수없는 이유하나는 400원 단위를 상점주인들이 싫어한다는
점이다.

일일이 잔돈 거슬러 주기가 귀찮아 딱 떨어지는 가격을 좋아하는 상점들의
취향도 생산업체로서는 무시할 수없는 현실이다.

LG애드의 이강원부장은 "가격결정이론에 끝자리를 짝수보다는 홀수로 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싸게 느껴진다는 "홀수가격" 이론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유독 400원짜리를 기피하는 사례를 찾아보기는 같은 동양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