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모TV방송국의 시사프로에서 "을지연습"에 대한 잘못된 해설로
시민의 항의가 잇따랐다.

이 프로에서 "을지연습이란 종이의 종류에는 갑지와 을지가 있는데,
을지를 사용하여 도상연습을 하는 훈련"이라고 황당한 주석을 달았다는데,
그 해설자의 인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을지연습은 이미 29년간에 걸쳐 실시해온 민관군 합동의 정부연습이다.

"을지"라고 하면 금방 연상되는 인물이 을지문덕장군이고 "충무"하면
충무공 이순신장군을 떠 올리게 되는 것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국가위기 관리훈련"을 논하면서 호국의 영웅들을 제쳐두고 종이의
종류를 연상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을지연습의 어휘는 이미 대부분 국민이 알고 있기 때문에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을지"라는 용어는 지난 냉전체제에서 국가기밀상 드러내
놓고 훈련을 할 수 없었던 시절에"은어"로 사용되었던 것을 웬만한 국민이면
누구나 이해하고 있는 일이다.

이미 29년이나 사용해온 그 용어는 고유명사가 되었고 굳이 호국의 성웅을
기리는 "을지연습"이란 용어가 국민에게 주는 느낌이 나쁠 것도 없기 때문에
안보상황이 달라진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으로 인해서 사회통제와 관리능력이 한계에 직면,
그 돌파구로 대남정세조작을 통해 국면전환을 시도할 우려가 높은 시점에서
실시하는 "96을지연습"이란 용어에 대한 해프닝을 바로 잡고자 고언을 하는
바이다.

신시남 < 비상기획위 공보이사관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