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기술발전에 따른 주변환경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기존 미래서와는
달리 사회학적 관점에서 앞으로 인류사회및 그 체제가 어떻게 전개돼 나갈
것인가를 조망한 책이 나왔다.

"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사회학자 임마뉴엘 월러스틴이
지난5월 미국에서 펴낸 "자유주의 이후"(강문구역 당대간 원제 :
After Liberalism)가 번역 출간됐다.

냉전의 종말과 공산주의 몰락이후 자본주의사회 역시 환경파괴
인종분규등의 문제들로 인해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한
저자는 이 책에서 조심스럽게 새로운 세계체제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서문에서 그는 냉전이 끝난 시점에서 세계의 근본적인 변화는 무엇이고
우리는 신세계질서로 이동하고 있는지, 아니면 새로운 무질서로 가고
있는지와 지속적인 세계경제발전의 전망은 무엇인가등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려 했다고 밝혔다.

그속에서 월러스틴은 환경파괴 불평등 인종혐오 억압등 과거 500년간
지속돼온 자본주의체제가 안고있는 갖가지 폐해로 인해 세계는 지금
무질서의 시기에 접어들었으며 이것이 신세계질서 태동을 예측케하는
근거라고 설명하고 있다.

"역사의 종언"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영국 "The Times"에
기고한 서평에서 "월러스틴은 프랑스혁명 이후에 전개된 세가지 주요
이데올로기인 보수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가 사실상 서로 다른 교리가
아니라 동일한 기본 주제를 공유하는 변형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1989년이후 현존 공산주의의 붕괴는 역설적으로 자유주의에 대한 환상을
종식시켰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현대 세계의 심각한 문제인 경제성장이 지닌 생태학적
지속능력의 문제, 산업사회에 전가되는 제3세계로부터의 이민압력, 핵으로
무장된 이란 이라크와 같은 주변부 반체제(Antisystematic)국가들이
제기하는 안정에 대한 위협의 문제를 제기한다.

또 다른 많은 관찰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새롭지만 불안정한 공산주의이후
세계의 종족주의(Tribalism)를 염려한다"고 분석했다.

새로 부상하는 세계 무질서에 대한 공포감이 극심했던 90~93년에 걸쳐
쓴 에세이들을 한데 모은 이 책은 20세기 인류사회의 큰 흐름을 차분히
조망하면서 사회주의의 몰락과 함께 자유주의의 쇠락 또는 종말을 주창,
눈길을 끌고 있다.

역자(경남대교수)는 월러스틴 특유의 폭넓은 지식과 정보를 담아낸 수사
가득한 문장과 스스로 만들어낸 새로운 용어나 개념으로 인해 번역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내용은 "1990년이후 : 재건할 수 있는가"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건설과
승리" "자유주의자들의 역사적 딜레마" "사회주의의 사망 혹은 자본주의의
치명상"등 총4부로 구성됐다.

1930년 뉴욕에서 태어난 월러스틴은 현재 뉴욕주립대 사회학과교수로
재직중이며 세계사회학회(ISA)회장을 맡고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