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세상을 바꿔 놓고 있다.

인터넷은 출판 통신 방송등 각각 따로따로 발전해온 미디어기술의 구분을
없애는가 하면 가상상가와 전자화폐등의 사이버 도구들을 창출해 내면서
모든 분야에서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에따라 기존의 산업들이 위협을 받고 있으며 시공은 날로 좁혀져 가고
있다.

인터넷 이용인구가 이미 1억명을 넘어섰다는 보고가 나오는가 하면 미국
에서는 인터넷을 축으로 해서 전개될 전가상거래 시장규모가 2000년에는
수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터넷의 이면에 여러 인터넷에
내재된 한계와 사건 사고등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문제점들은 특히 인터넷이용자가 늘면서 생활필수품화할수록 그
폐해도 커지게 마련이다.

최근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붕괴론을 주장하는 사람까지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의 문제점들을 세차례로 나눠 점검해 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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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터넷이용자들에게 지난 7일은 최악의 날이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컴퓨터 정보통신회사인 아메리카 온라인(AOL)사가 컴퓨터
온라인 서비스사상 최대의 통신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AOL사는 이날 데이터분류및 전송 프로그램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업그레이드작업을 하다가 기술진의 실수로 거의 19시간동안이나 전자우편
(E-메일)우송, 웹사이트이용등의 서비스를 하지 못했다.

이 사고로 AOL이 전달해 주는 정보에 의존하던 6백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이다.

유료고객의 기본 요금만으로 월평균 2억달러를 넘게 벌고 있는 AOL사는
즉각 이 기본요금의 3%를 배상금으로 환급하기로 하는등 사태진화에
나섰지만 배상액에 불만을 품은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AOL의 스테펜 M.케이스회장까지 나서 고객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러나 그가 사과에 덧붙여 한 얘기는 다소 의외였다.

"솔직히 말해서 사고재발방지를 장담할수는 없다"고 잘라 말한 것이다.

통신용량이 한계에 이르면서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사고를 미리
막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AOL은 매일 2만-2만5천명의 새로운 고객들로부터 가입신청을 받고 있으며
최근 2년동안 고객수가 6배나 증가한 고속성장기업이다.

따라서 만일 앞으로 유사사고가 또다시 재발한다면 그 피해와 혼란은 이번
보다 훨씬 커질 것임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다.

AOL의 사고는 컴퓨터보급확산과 함께 생활과 뗄라야 뗄수 없이 밀접해진
컴퓨터통신이 가진 내재적 한계를 보여준 한 단적인 예이다.

인터넷과 관련, 그동안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돼 왔다.

인터넷 접속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도 그중 하나다.

인터넷 이용자수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아무리 회선을 많이 증설해도 인기
있는 웹사이트는 인터넷을 접속하려는 사람들로 항상 만원이다.

이는 인터넷 이용요금이 정액제이기 때문이다.

일정요금만 내고 마음껏 사용하는 이용자들 때문에 인터넷은 항상
과부하상태를 모면하기 힘든 것이다.

월드 와이드 웹(WWW)이 월드 와이드 웨이트(Wait)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어렵게 접속된 인터넷 사이트에 정보가 부실한 것도 또다른 문제로 꼽힌다.

중요한 정보를 인터넷에 공짜로 제공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유료로 고급정보를 제공할수도 있지만 현재까지 인터넷상의 정보를
누가 얼마나 이용했는지를 파악할수 있는 체제는 아직 미비하다.

이밖에 인터넷을 이용한 거래의 보안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것,
마이크로소프트와 네트스케이프간 선점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웹브라우저의
표준화작업등도 풀어야할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다.

어드밴스트 네트워크& 서비스사의 한 전문가는 "인터넷의 큰 문제점들이
아직까지는 표출되지 않았다"면서 "우리도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고 말했다.

언제 불거질지 모를 인터넷에 잠복해 있는 문제점들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지적해 주는 말이다.

< 이창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