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는 오는 14일 다목적회관에서 영화 "정글북"을, 같은날
강서구는 청소년회관에서 "알라딘의 모험"을 상영한다.

또 마포구는 15일 한강고수부지 망원지구에서 만화영화 "홍길동전"을
올린다.

민선 2년째로 접어들면서 서울시와 시내 일선 자치구들은 영화상영
연극.뮤지컬공연과 같은 문화예술행사를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

방학.휴가철을 맞아 지역주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줌으로써
"점수"를 따기 위해서이다.

최근 서울시와 시내 구청들은 큰돈 들이지 않고 "고득점"이 보장되는
문화예술행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추진하는 행사는 대부분 무료이다.

따라서 일정만 알아두면 공짜로 좋은 영화나 연극을 즐길 수 있다.

서대문구의 경우 지난 8일 문화체육회관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창작극
"산너머 개똥아"를 공연했다.

이날의 연극공연에는 어린이들이 떼지어 몰려드는 바람에 7백석
좌석도 모자라 통로에도 줄지어 앉아야 했다.

서대문구는 이틀전인 6일에는 극단 즐거운사람들의 뮤지컬 "피노키오"를
공연했다.

서울시의 자금지원하에 오는 22일까지 11개 구청을 순회하며 실시되는
"피노키오" 공연에도 어린이들이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서울시와 한국연극협회의 공동주최로 순회공연되고 있는 민예극단의
"신판 놀부전"도 만원사례라는 점에선 예외가 아니다.

이 연극은 지난 6일엔 양천구에서 공연됐고 9일엔 서초구, 12일엔
도봉구에서 이어졌다.

변두리에 위치한 도봉구는 지역주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8월 한달동안 대대적으로 영화상영과 연극공연을 펼치기로 했다.

지난 1,2일 구민회관에서 영화 "아마게돈"을 상영한 것을 시작으로
5일에는 뮤지컬 "돌아온 심바 라이언킹"을 무대에 올렸고 8일과
9일엔 영화 "잠망경을 올려라"를 상영했다.

또 22일에는 해설이 있는 청소년음악회를 열기로 했으며 30일에는
창일고등학교에서 도봉팝스콘서트를 개최키로 했다.

방학중인 학생들을 상대로 문화유적지를 순례하는 구청도 적지 않다.

성북구는 용돈을 마련하려고 구청.동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대학생 80명을 대상으로 지난 5,6일 고려대학교박물관
혜화문 선잠단지 성락원 심우장 서울성곽 등 관내 유적지를 탐방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관악구는 지난 8일과 9일 관내 모범청소년 및 수용시설 청소년
80명에게 경주 불국사 천마총 석굴암과 포항제철소를 둘러보게 했다.

관악구 역시 12일부터 2박3일간 청소년 경주문화유적지 순례를 실시한다.

자치구 뿐이 아니다.

서울시는 7월31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시민들에게 시원한 여름밤을
선사하기 위해 한강시민공원에서 야간영화감상회를 열었다.

서울시가 상영한 영화는 "고래사냥", "늑대와 춤을", "클리프행어",
"투캅스" 등 이미 비디오로 알려진 것들이었다.

그런데도 영화감상회에는 매회 5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화면앞에
앉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초대형화면과 웅장한 입체음향이 연출하는 분위기는 텔레비젼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야외.야간영화감상회가 예상밖으로 호평을 받자 내년
여름에는 이같은 행사를 더 많이, 더 오래 개최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자치단체들이 마련한 문화예술행사에 지역
주민들이 몰려드는 최근의 현상과 관련,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가 커진
데다 지역사회에 마땅한 문화예술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