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장외시장을 이끌고 있는 코스닥증권과 증권업협회의 대고객 서비스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정보화 시대에선 스피드가 생명인데도 장외종목에 대해 단말기를 두드리면
최소한 1~2분은 기다려야 화면이 뜬다.

95년도 기업실적이 나온지 6개월이 넘었지만 단말기에선 여전히 94년 실적
이나 읊고 있다.

최근에 새로 등록된 기업에 대해선 아예 공란이다.

코스닥증권과 협회는 장외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런 저런 조치를 해달라고
정부만 조를게 아니라 정작은 집안단속부터 해야할 참이다.

<> 시장지에서 종목을 찾는데 5분이 걸린다

=장외 등록종목에도 코드는 붙어 있다.

코드를 알면 장외시장지 같은데서 금방 해당종목을 찾을 수 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장외시장에선 코드를 알아도 그종목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쉽게
찾을수가 없다.

업종별로 코드를 정리한게 아니라 등록이 되는 순서대로 코드를 붙이는
원시적인 방법을 쓰다가 보니 그런 일이 생겼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코드를 여지껏 사용해온 것이다.

협회 장외관리실 책임자는 "거래소가 국제코드로 정비할 때 장외종목
코드도 정비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니 그 때까지는 참고 지낼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 단말기는 먹통에 다름 아니다

=증권전산에서 제공하는 V2단말기로 장외종목을 조회해본 사람들은
"복장이 터진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조회시간이 긴 것은 그래도 기다리면 되지만 한참을 기다리면 공란으로
비워진 화면이 뜨거나 "종목코드를 확인하라"는 등 엉뚱한 메시지가
나오기가 일쑤다.

협회와 크스닥증권 쪽에선 "일손이 부족해 기업내용을 쳐넣지 못하고
있다"고 궁색하게 해명하고 있지만 변명만으로 눈감고 넘어갈 성격이
못된다.

해당종목의 주가 통계도 4주간 밖에 안나온다.

이전의 상장주식의 경우 주가 그래프를 통해서 주가흐름을 읽을수 있지만
장외종목은 주가 그래프가 개발되지 않은데다 4주 이전의 자료는 통계조차
얻을수 없으니 투자자 입장에선 캄캄한 밤길을 걷는거나 다름없다.

<> 동시호가를 실시할 수 없다

=매매 거래를 중개해주는 주컴퓨터는 주문건수가 5,000건을 넘으면
기능이 정지된다.

지금은 동시에 접속되는 매매 건수가 1,200여건에 불과, 그럭 저럭
넘어갈수가 있다지만 거래가 폭주하면 주전산기를 교체하는 방법이외에
대책이 없다.

협회전산실 책임자는 "기기용량을 늘리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30~40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밝혔지만 예산은 언제 잡힐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동시호가제를 도입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전산처리 문제 때문이다.

<> 부실한 서비스로 시장활성화 가능할까

=증권업협회와 코스닥증권의 입장에서 보면 대고객서비스가 이렇게
부실한데 대해 할말이 많다.

장외거래 수수료로는 직원 인건비도 감당하지 못하는 형편에 고객서비스를
높인다는 명분으로 주주들에게 증자를 요청하기도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부실한 서비스가 계속될 때 장외주식 투자자들이
시장을 외면, 껍데기 시장으로 남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선투자 없는 시장활성화는 불가능하다.

장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환상이 점점 깨져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때다.

<허정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