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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동북아경제권 형성에 앞장서야 .. 장치혁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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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치혁 < 고합그룹 회장 >

    20세기는 나라나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어떻게 든 경쟁을 해서 가치를
    쟁취해야 생존할 수 있던 시대였다.

    그러나 다가오는 21세기는 이런 생존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할 것이다.

    투쟁과 쟁취 대신에 협력과 "창취"의 "초경쟁시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협력과 창취의 시대는 보기엔 평화롭고 좋은 것 같지만 그 방법이
    현대적일 뿐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이전처럼 뺏고 뺏기는 경쟁양상은 없어지겠지만 그렇다고 대책없이 앉아
    있다가는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 대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변화는 과학기술 발전과 시장경제의 융합으로 발생한 정보화 시너지
    (synergy)에 의해 더욱 촉진되고 있다.

    이미 이런 추세는 세계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정보화는 종래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개념을 무너뜨리고 있는 새로운
    "정보화 시장주의"를 창출해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적인 국경은 모두 무너지고 있다.

    자국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는 폐쇄경제로는 살아날 수 없게 됐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국경없는 세계시장경영(네트워크 시스템)을 전개하는
    한편 각 지역별로 지역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이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유럽과 북미의 EU(유럽연합) NAFTA(북미자유무역지대) 등에 이어 동남아
    (ASEAN) 남미(MERCOSUR) 등도 지역경제권을 이미 형성했다.

    특히 이 가운데 ASEAN 국가들은 발전속도가 매우 빠르고 잠재력이 커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제 지역경제권 형성이 되지 않은 곳은 아프리카와 우리나라가 속한
    동북아 정도만이 남은 상태다.

    20세기적 경쟁과는 비교도 안될 대경쟁시대를 앞두고 아무런 준비가
    안된 셈이다.

    한국은 그동안의 삶의 터전을 공고히 하고 이를 세계와 연결, 생존하기
    위해서 동북아경제권 형성에 앞장서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발전 가능성이다.

    그러나 동북아경제권 형성을 위한 여건은 좋지 않은 상태다.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구시대적인 북한이 걸림돌이 되고 있고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도 동북아경제권 형성에 미온적이다.

    일본은 이미 세계적인 네크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협소한 동북아경제권에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다.

    중국도 자국내의 화남-화북 경제권을 중심으로 홍콩 동남아와 연계해
    세계의 중심으로 나가려고 하고 있다.

    러시아도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혼미한 정치상황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외에는 주변국들이 별로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는게 현실인
    셈이다.

    그렇다고 동북아경제권 형성작업을 마냥 늦춰서는 안된다.

    특히 무한한 천연자원을 가진 러시아를 그대로 내버려둬서는 막대한
    손해가 될 것이다.

    동북아경제권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및 세계와 연계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선택인 한 우리가 앞장서 동북아 경제권 형성작업을
    주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중국과의 관계를 선린과 협력의 바탕 위에서
    재편하고 나아가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지역 공동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경제발전과 평화.공존의 논리를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

    너무 과거에만 집착해 일본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면 우리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세계 제2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일본과 대립만 해가지고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관계를 지금과 같이 유지해서 과연 대경쟁시대에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심각히 생각해 봐야 한다.

    중국 미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들을 동북아경제권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한가지 문제는 한국이 커다란 현실착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모든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고 전세계를 이끌어갈 큰 나라가 될
    것이란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건 우리의 현실을 잘 모르고 있어서 생기는 부끄러운 일이다.

    동북아 경제권 형성이 이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다 자칫 잘못 하다가는
    세계화에 실패해 발전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게 솔직한 현실이다.

    이런 판국에 "현대식 무당"이 나와 한국이 전세계를 리드하고 제패할 수
    있는 것처럼 떠들고 있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 폐해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들이 볼 때 생산기지도 물류기지도 개발기지도 아니다.

    오직 소비지일 뿐이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GDP가 우리와 20~30%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회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잡을 수 없다.

    동북아경제권 형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북한문제를 우리가 앞장서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의 실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게 사실이지만 동북아 전체와
    민족의 장래를 보고 "어른스럽게" 대처해나가면 남북관계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동북아 5강 속의 당당한 나라가 될 것인가, 아니면 세계적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 것인가.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선택하고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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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지난 10일 열린 도산 안창호선생 기념사업회 주최 "도산공원
    아침대화"에서 특강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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