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영상으로 빚어내는 마이다스의 손"

국내 최정상의 뮤직 비디오 감독 김세훈(28).

그에게서는 바람같은 자유가 느껴진다.

늘어진 염색 머리와 한쪽 귀에만 걸린 귀고리.

작업실 옷장에 몇벌의 양복이 걸려 있긴 하지만 그가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맨 모습은 도무지 상상조차 안된다.

"짜여진 생활은 천성적으로 어울리지가 않아요"

김감독은 한때 방송국 구성작가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그가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샐러리맨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

그는 한달도 지나기 전에 해고됐다.

서울예전 방송연예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집에서 독립,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돈이 없어서 친구집을 전전하고 꽃장수 폭죽장수 등 궂은 일을 하기도
했지만 영상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마음만은 항상 풍요로웠다.

그의 "끼"는 서울예전 재학시절부터 발휘됐다.

동랑극단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했으며 가수들을 모아 불우이웃돕기
콘서트를 벌였다.

대학 2학년때 방송국이 의뢰한 한 가수의 뮤직 비디오를 제작하면서
이 분야에 발을 들여 놓았다.

김감독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뮤직 비디오 시장을 개척, 수준있는
예술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룰라 DJ Doc Ref 듀스 솔리드 김건모 신해철 등 국내 유명가수들의 뮤직
비디오가 그의 손에 의해 제작됐다.

가수와 노래의 특징을 잡아 빛으로 바꿔 내는 그의 감각은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빠른 카메라 액션과 감각적인 영상은 시청자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그는 일에 관한한 끼와 실력으로 뭉친 프로다.

뮤직 비디오 한편을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은 1,500만원에서 2,000만원선.

그는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대가로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김감독은 그러나 많은 작품을 하기 보다는 기억되는 작품 하나를 고집한다.

마음에 내키지 않는 작품은 과감히 거부한다.

대신 작품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쏟는다.

그의 작품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다.

일에 대한 그의 욕심은 남다르다.

그는 뮤직 비디오 제작분야의 정상에 만족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사업쪽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그가 벌인 일은 스테디 캠이나 지미집등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고가의
영상장비를 수입, 대여하는 것.

또한 어렸을때부터 꿈꾸던 가수 데뷔를 준비중이다.

그는 신세대답게 휴식에도 인색하지 않다.

휴식은 좋은 작품을 위한 투자.

틈이 나면 그의 애마인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압구정동 등 강남 중심가를
누빈다.

뮤직 비디오의 촬영 장소를 물색하기도 하지만 그는 오토바이 위에서
해방감을 느낀단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있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그는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인생을 그려가는 능력있는 젊은이다.

< 글 유병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