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시를 침체로 몰아넣었던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제 통계에
잡힌 미경제는 "물가안정을 동반한 고속성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는 1일 올 2.4분기 국내총생산(GDP)가 4.2% 증가, 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분기(2%)는 물론 전문가들의 전망치(3.95%)도 훨씬 앞지른 고속성장이다.

특히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개인소비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GDP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이기간동안 3.7%나 늘었다.

자동차등 내구소비재 소비가 급증(14.1%)한 덕분이다.

경제성장과 함께 국민들의 호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올 2.4분기동안 미국의 임금상승률은 0.9%의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런 고성장과 임금상승에는 대개 인플레이션 우려가 따라붙게 마련이다.

실제로 지난 3월이후 매달고용시장이 "과열팽창"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강력이 대두됐었다.

최근들어 채권수익율이 7%대까지 치솟는등 증권시장이 침체를 계속한
것도 과열경기를 식히기 위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2.4분기 물가상승율(물가디플레이터)은 1.8%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전분기(2.2%)보다 0.4%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전미구매부협회(NAPM)가 조사한 7월 물가지수도 44.5를 기록, 두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인플레이션 경보가 해제되자 투자자들도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물가안정과 함께 금리인상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이날 금융시장은 주가,
채권, 달러화가 한꺼번에 상승하는 이른바 "트리플상승"을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65.84포인트(1.19%) 상승했으며 30년만기재무부
채권값도 15달러(액면가 1천달러기준) 오르면서 채권값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수익율이 2달여만에 최저치인 6.83%까지 내려갔다.

달러화도 전날보다 0.27엔 오른 1백7.10엔에 거래를 마감했다.

그러나 이런 태평성대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브라운 브라더스 허리만의 이코노미스트 짐 벅시는 "이번 고성장은
지난해말 연방정부 폐쇄와 악천후에 따른 경기위축의 반동일 뿐"이라며
"다음 분기에는 경제성장율이 2%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이번 GDP성장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앞으로 성장둔화 조짐을 읽을
수 있다.

향후 경제전망을 알리는 풍향계인 기업설비투자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전분기동안 미기업의 설비투자는 무려 11.6%나 늘어났지만 이번에는 0.5%
증가하는데 그쳤다.

7월의 경기지수가 50.2%로 전월보다 4.1%포인트 낮아졌다는 대목도 성장
둔화를 알리는 신호이다.

경기지수가 50%이상이면 경기확대, 그 이하면 경기축소로 나타낸다.

전문가들은 이 지수가 지난 6월 54.3%를 기록한데 이어 7월에는 54.9%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었다.

경기가 확대일로를 걸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현상유지" 수준에 그친
셈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완전히 사라진게 아니다.

민간경제연구기구인 컨퍼런스 보드에 따르면 6월의 구인지수가 전월(80)
보다 크게 오른 85를 기록했다.

7월 셋째주 실업수당 등록자수도 7년반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고용시장이 양적으로 계속 팽창하면서 임금까지 올라간다면 물가상승은
필연적인 결과"(무디스의 이코노미스트 존 론스키)이다.

그러나 이런 비관론자들까지도 올 하반기 GDP성장율을 2%대 후반으로
점치고 있다.

인플레이션도 급등까지 가는 사태는 없으리란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번 2.4분기동안 보여준 "이상"적인 경제구조가 오래가진 않겠지만 미국
경제의 "쾌청"한 날씨는 앞으로도 계속되리란 얘기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