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의 계절이다.

올여름에도 찜통더위를 가시게 할 한줄기 스콜같은 추리소설이 잇따라
출간돼 눈길을 끈다.

최근 쏟아져 나온 이들 추리소설의 특징은 내용과 기법면에서 보다
다양해진 점.

기업추리 정치추리 정보추리등 장르가 세분화됐을 뿐만 아니라 사건해결과
함께 복잡한 사회구조속에서 얽히고 설킨 등장인물들의 미묘하고 복잡한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둠으로써 소설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현역기자(스포츠서울 편집부국장)인 김민준씨의 기업추리 "물방울은
흔적이 없다"(춘광간), 재미작가 임사라씨의 신작 "샤넬 넘버5"(해난터간)와
정건섭씨의 정치미스터리 "블랙커넥션"(전5권 고려원간), 신예 신의남씨의
"그림자사냥"(해난터간), 함승화씨의 "푸른 원숭이 19419"(인간사랑간)등이
올여름 화제작.

이보다 먼저 선보인 김성종씨의 "돌아온 사자"(신원문화사간)등
신원미스터리클럽시리즈, 이종곤씨의 국내 첫보험추리소설 "안개가 걷히고
그 남자가 걸어왔다"(전2권 제3문학사간)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김민준씨의 "물방울은 흔적이 없다"는 부패한 토양위에서 급성장한
거대기업의 비리를 다룬 작품.

여의주그룹 기획조정실장이 모스크바 출장길에 사망하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달려간 비서실장 또한 살해당한다.

이어서 그룹의 이종도회장은 범인으로부터 협박당한다.

추리소설이되 시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정보가 함께 있는 작품을 쓰려
했다는 것이 작가 김씨의 설명.

임사라씨의 "샤넬 넘버5"는 재미교포사회의 동성애를 소재로 한
로맨틱미스터리.

얘기는 미모의 여대생 민초와 미국회사에서 재능을 인정받는 쎄실및
두사람의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느날 쎄실의 아버지가 자동차사고로 죽고 얼마후 같은 장소에서
민초의 오빠를 짝사랑하던 애란의 사체가 발견된다.

형사 쏘비는 추적끝에 애란의 차에서 결정적 단서인 샤넬향수를
찾아내고 범인이 남자가 아닌 여자이며 레즈비언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정건섭씨의 "블랙 커넥션"은 56년부터 92년 문민정부 출범까지의 정치적
사건을 담고 있다.

고아출신 천기웅이 5.16주체세력의 비호속에 주먹계 대부로 성장한 뒤
10.26이후 신군부와 결탁, 권세를 누리는 과정을 통해 권력과 돈 폭력세계의
고리를 파헤친다.

신의남씨의 "그림자사냥"은 기노신이라는 경호원출신 경찰을 등장시켜
주한미군의 실체에 메스를 들이댄 작품.

주인공은 미군들에 의해 부모가 살해당한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다.

소설은 한.미.일 3국을 오가며 개인및 국가간의 "힘의 논리"를 추적하면서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끝내 좌절하는 비극적 인물을 그리고 있다.

번역물로는 로빈 쿡의 최신 의학스릴러 "감염체"(전2권 열림원간)와
스티븐 킹의 "로즈 매더"(고려원간),마이클 코넬리의 "블랙 에코"
(시공사간), 헨리 덴커의 "복수법정"(고려원미디어간), 마크 트웨인의
"윌슨씨 이야기"(세계문학간)등이 나와 있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