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45도를 오르내리는 사막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대지가
채 식지도 않은 새벽 5시.

새우잠에서 막 깨어난 캐나다 물리탐사(VLF) 기술자 3명이 광맥탐사장비를
챙기기 시작한다.

랜턴불빛이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오지중 오지인 말리 조다로마의
칠흑같은 어둠을 가른다.

막바지 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프코(AFCO) 코리아(회장 이근영)
금광개발현장의 하루가 시작된다.

세계적인 황금의 보고 조다로마의 노다지 수색에 시동을 건 것이다.

어둠이 걷히면서 조다로마의 컨테이너 막사가 바삐 돌아간다.

장비를 어깨에 맨 캐나다 기술자들이 탐사구역 설정을 위한 라인 컷
(Line Cut) 작업현장으로 떠난다.

현지인 일꾼 50여명이 따라 나선다.

거의 동시에 지프3대가 15km 떨어진 상파가달라(현지일꾼숙소)를 향해
잽싸게 빠져 나간다.

100여 시굴정 화학탐사원들을 110평방km에 이르는 금광현장에 실어나르기
위해서다.

이윽고 동녘하늘에는 검은 대륙을 뜨겁게 달굴 해가 모습을 드러낸다.

컨테이너 막사를 흔들어댔던 간밤의 폭풍우는 그 흔적조차 찾을수 없다.

밤새 계속됐던 짐승들의 울부짖음도 언제 그랬느냐는듯 잠잠하다.

지구 저쪽끝에 자리잡은 조다로마 아프코 금광개발현장의 금맥찾기 열기
또한 뜨거워 진다.

아프코는 우기를 눈앞에 둔 요즘 돌에 섞여있는 고품위 금맥(프라이머리
골드)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탐사기술자가 금광에 바둑판처럼 라인을 그린다.

VLF에 나타나는 자기장 변화를 빠짐없이 체크한다.

땅속 깊은곳에 있는 숨은 노다지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일꾼들이 금맥라인을 따라 표토의 시료를 채취한다.

화학탐사원 시굴정 등 60명이 110평방km에 이르는 광구를 샅샅이 훑고
지나간다.

단 한줄기의 금맥도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표정이다.

이미 확인된 최대추정규모 6조원상당의 노다지로는 결코 만족할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최대의 금맥을 반드시 캐내고야 말겠다는 목표이다.

아프코가 아프리카에서 금맥을 찾아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하루 200여명을 동원, 시굴정에서 광석층까지 파들어가는 피팅 (Pitting)
작업을 4개월간 계속했다.

7평방km에서 1,086정을 뚫은 결과 30t의 매장량을 1차로 확인했다.

돌속에 섞여 있는 금맥을 제외하고도 매장량은 약 500t이상에 이른다.

한마디로 노다지중의 노다지를 찾아낸 것이다.

말로만 들어오던 노다지에의 꿈이 말리의 조다로마에서 영글고 있다.

말리는 남아공과 더불어 양대산맥을 이루고있는 세계적인 금광의 나라.

그 가운데서도 조다로마는 노다지로 소문나 있다.

"금이 많이 나오는 곳"이라는 어원을 갖고 있을 정도이다.

이곳에는 농부가 없다.

그러나 누구나 곡괭이를 메고 다닌다.

사금을 캐기 위해서다.

목좋은 곳을 찾으면 1주일에 7kg을 캐내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다.

벨기에로 수출되는 사금이 연간 2.5t에 이른다.

그런만큼 노다지를 찾기 위한 경쟁도 뜨겁다.

세계적인 금광개발회사인 BHP(호주)와 사디오라(캐나다.남아공합작)
바릭(미국) 등이 금맥잡기에 열중이다.

사디오라는 남쪽 시아마에서 이미 금을 캐내고 있다.

3억달러를 들여 자체비행장에다 제련시설까지 갖추는 야심찬 계획까지
마련해두고 있다.

아프코도 만만치 않다.

우기에도 물리탐사를 계속하고 있다.

전기탐사 정밀탐사로 구조확인을 위한 마무리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안에 어떻게든 탐사를 끝내겠다는 목표이다.

한국의 무명 중소기업 아프코가 내로라하는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프코의 오늘이 우연히 찾아온 것은 결코 아니다.

광산개발에 인생을 건 이근영회장의 집념이 세계최대의 금맥을 찾게 했다.

비행기로 18시간(서울~파리~바마코), 기차로 12시간(바마코~카에),
지프로 4시간(카에~조다로마).

그는 꼬박 34시간이 걸려서야 도착할수 있는 금광을 안방 드나들듯 했다.

체제(92년까지 사회주의)의 벽과 지역적 한계(오지)를 뛰어넘어 코리안의
성가를 높인 것이다.

아프코는 요즘 여러곳에서 타진해 오고 있는 합작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노다지캐기에 끼여들겠다고 아우성이다.

아프코의 남은과제는 언제부터 어떠한 방법으로 노다지를 캐내느냐 하는
것이다.

우선 노다지가 확인된 7평방km를 혼자 파낼 심산이다.

지난 40년동안 간직해온 "꿈"을 스스로 달성하고픈 것이다.

그런 다음 대량생산을 위한 컨소시엄을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세계금시장에서 "큰손"임을 인정받고 싶다.

이역만리 말리에서 자원빈국의 한도 반드시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9일자).